[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에 대해 판단을 구하는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한 기존 판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이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판취소 및 위헌확인 등 소송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이들은 1970년대 대통령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2010년대 재심을 청구해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확정 받았다.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재심판결 확정일 및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대법원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에 대해서도 위헌확인을 구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해당 조항은 헌법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다만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하는 경우는 예외다.
헌재는 지난해에도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재판관들은 이번에도 "이를 합헌으로 판단한 선례가 여러 차례 있었고, 이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재판 소원 금지' 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청구인들은 대법원이 근거 없이 사실상의 입법작용을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하지만, 헌재가 위헌 결정해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않아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했다.
반면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기각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심판대상 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또 "국가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 남용의 법리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단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불합리해 국민의 국가배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재량의 한계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사 사건에 해당하는 사안에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기 위해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한 이 사건 대법 판결은 그 법리가 지나치게 불합리해 국민의 손해배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판단 재량의 한계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는 취소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