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유통 대기업의 연말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임원인사를 발표한 롯데와 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 수장들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모두 유임됐다. 이는 '안정 속 혁신'에 초점이 맞춰진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8.30 dlsgur9757@newspim.com |
유통 빅3 수장들 모두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만큼 '코로나'라는 외부적 요인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유로 교체하기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신세계백화점도 대규모 인적 쇄신 대신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차정호 신세계 대표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코로나 쇼크에도...신세계 이마트, 강희석 경영체제 유지
30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지난 달 15일 지난해 인사에서 외부에서 수혈한 강희석 이마트 대표(사장)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인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대표도 강 사장에게 맡겼다. 온·오프라인 핵심 계열사인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부여받은 것이다.
강희석 이마트 신임대표 [자료=신세계그룹] |
이마트 할인점 사업부문은 전체 매출의 65%(올 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할인점은 코로나 여파로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매장 리뉴얼과 전문점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사에 비해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오프라인 점포 혁신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만큼 정 부회장이 강 사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통합 수장을 맡겼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별도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 줄어든 2106억원을 기록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롯데마트는 32억원의 영업적자를 내 대조를 이뤘다.
비주력 계열사의 인사 폭은 컸다. 유통채널 분야에서는 SSG닷컴,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 등 3명이 물갈이 됐다. 11개 계열사 중 3개사 대표가 바뀐 것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이사에는 김성영 이마트24 대표이사를, 이마트24 대표이사에는김장욱 신세계I&C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이는 실적 악화에 대한 '경질성 인사'라기 보다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최우정 SSG닷컴 대표도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이마트와 SSG닷컴를 함께 이끌 통합 수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교체됐다는 분석이 많다.
다음 달 초 인사 발표가 예정된 신세계백화점도 인사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취임한 차정호 대표 역시 유임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많다.
◆현대百, 김형종 백화점 대표 재신임...외연 확장으로 혁신 꾀해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김형종 백화점 대표(사장)을 유임시켰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한섬 대표에서 백화점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사업 비중이 높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김 사장은 패션 계열사인 한섬을 국내 4위 패션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경영 '베테랑'이다.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현대백화점 목동점장, 기획조정본부 경영개선팀장, 상품본부장 등 백화점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2년부터 한섬 대표를 맡아왔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사진=현대백화점] 2019.11.25 hj0308@newspim.com |
하지만 코로나란 악재를 만나 경영 능력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현대백화점의 3분기 누적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났다.
김 사장은 외연 확장을 통해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자 노력해 왔다. 올 1월 취임한 지 5개월 만인 지난 6월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을 개점했고 이달에는 경기 남양주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을 선보였다.
또 온라인 사업 강화도 추진했다. 온라인몰인 '현대식품관 투홈'을 출범시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변화를 꾀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3분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성과를 냈다. 해당 분기 영업이익은 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 줄었다. 다만 직전 분기인 2분기(262억원)와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롯데쇼핑, 예상과 달리 롯데마트만 대표 교체...신세계는 소폭 쇄신 전망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을 관장하는 유통 BU장인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도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강희태 유통 BU장[사진=롯데그룹] |
롯데쇼핑은 유통 대기업 중에서도 실적 부침이 심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2% 급감했다. 올 상반기까지는 영업이익이 81.9%나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유통 계열사 12곳 중 대표가 교체된 곳은 롯데마트가 유일하다. 문영표 롯데마트사업부장(대표)이 퇴임하고 1970년생인 강성현 전무가 새로 선임됐다. 올해 인사에서 유통 계열사 대표가 대부분 바뀔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인사에서 롯데쇼핑 5개 사업부 중 문 사업부장만 유임되고 나머지 4개 사업부장이 교체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처럼 유통 대기업 오너들이 수장들을 교체하지 않은 것은 '유통 빅3' 수장들의 경영체제가 모두 올해부터 본격화 한 만큼 코로나 위기 속에서 경영 능력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약 11개월간 코로나와 맞서 '위기 대응' 체력을 비축한 기존 대표체제를 유지해 빠르게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를 이유로 경영진을 경질하면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 등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3사 대표들이 작년에 모두 교체됐다. 취임한 지 1년 밖에 안 돼 자기 색깔을 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올해 실적 부진은 '신'이 와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부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를 이유로 경질하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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