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초부터 선보일 전기차는 순수 전기차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통해 최장 500km 주행가능거리와 5분 충전만으로 100km 주행을 실현한 야심작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량 생산과 함께 전 세계에서 테슬라와 본격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이 내년을 전기차 시대의 원년으로 삼은 이유다. 현대차는 내년 '아이오닉(IONIQ)5'와 기아차는 'CV'(프로젝트명)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온라인 행사를 열어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기술적인 특장점과 새로운 고속화 모터 및 배터리 시스템 등을 전 세계에 선보였다.
E-GMP 특징은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 ▲고효율 모터·배터리 등 새 구동 시스템 ▲충돌 안전성·배터리 안전성 향상 ▲세계 최초 400V/ 800V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 적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이 앞서 선보였던 전기차들은 뛰어난 효율로 고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기존의 우수한 효율성에 더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차급까지 그 기술 리더십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E-GMP [사진=현대차] 2020.12.02 peoplekim@newspim.com |
◆ E-GMP,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
E-GMP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의 전기차와 달리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됐다.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으며, 세계 최초로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단 5분 충전만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현재 국내외 대다수 급속 충전 인프라는 400V 충전 시스템으로, 전기차를 위한 50~150kW급 충전기가 대부분이지만, 보다 빠른 충전을 위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위한 350kW급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설치되고 있는 추세다.
E-GMP는 또 내연기관 플랫폼과 달리 바닥을 편평하게 만들 수 있고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차지했던 공간이 크게 줄어들어 실내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구조적인 한계로 불가능했던 새로운 자동차 실내외 디자인이 가능하다.
E-GMP는 모듈화 및 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이어서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단기간에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상의 복잡도가 줄어들어 생산효율이 높아짐에 따라 수익성 개선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다.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앞으로 현실화할 자율주행, 고성능 EV, V2G(Vehicle to Grid) 등 다양한 활용성까지 감안한 설계 구조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2G(Vehicle to Grid)는 주행 후 차량 내부에 남아있는 전력을 다시 외부의 전력망으로 전송해 사용하는 개념으로 차량을 하나의 에너지 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로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기차의 전기를 를 외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확장성을 늘리는 것이다.
이날 플랫폼 개발담당 고영은 상무는 "E-GMP는 모듈화 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상품성 구현과 함께 전기차 성능을 극대화한 기술이며 또 만일의 사고에서도 탑승객 보호하며 전기를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E-GMP [사진=현대차] 2020.12.02 peoplekim@newspim.com |
◆ 고효율 모터·배터리 등 새 구동 시스템 첫 적용
E-GMP에는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모터와 감속기, 전력변환을 위한 인버터와 배터리 등 신규 PE 시스템이 탑재된다.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은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대체하는 구동 시스템이다. 전기차 구동을 위한 모터와 감속기, 모터를 제어하는 인버터, 에너지를 담고있는 배터리로 구성된다.
E-GMP의 PE 시스템은 넓은 공간 확보와 중량 절감을 위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고 부품간 에너지 전달 손실을 낮춰 성능과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를 위해 구동에 필요한 모터, 동력을 차량에 필요한 토크와 속도로 변환해 전달하는 감속기, 그리고 전력을 변환해 모터의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를 일체화했다. 또 모터의 최고 속도를 기존 대비 30~70% 높이고, 감속비를 33% 높여 모터 무게를 경량화했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수준의 동력 성능을 겨냥해 정지 상태에서 출발 후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이 3.5초 미만의 고성능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모든 차량에는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 셀로 구성된 표준화된 단일 배터리 모듈이 탑재되며, 이러한 표준화 모듈을 바탕으로 기본형과 항속형 등 모듈 탑재 개수에 따라 다양한 배터리팩 구성이 가능하다. 배터리팩을 추가하면 주행거리를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E-GMP는 테슬라 모델3처럼 후륜 구동 2WD 방식이 기본이며 트림에 따라 전륜 모터를 추가해 4WD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 최초로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 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감속기 디스커넥터(EV Transmission Disconnector; 동력 분리장치)'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4륜구동의 SUV와 같이 2WD와 4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함으로써 불필요한 동력손실을 최소화한 것과 동시에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E-GMP [사진=현대차] 2020.12.02 peoplekim@newspim.com |
◆ 충돌 안전과 혁신적인 공간 고려한 최적 설계
배터리와 모터, 차체와 섀시 구조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해 최적화된 설계를 바탕으로 탄생한 E-GMP는 탑승객과 배터리 안전을 위한 신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됐다.
이를 위해 차량 전방의 충돌 에너지 흡수구간은 차체와 섀시 등 구조물의 효과적인 변형을 유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대시보드 앞부분인 하중 지지구간은 보강구조로 PE 시스템과 고전압 배터리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또 차량 하단의 고전압 배터리의 보호구간은 초고장력강으로 충돌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탑승객 보호공간인 승객실은 변형을 억제하기 위해서 A필라에 하중 분산구조를 적용하고 배터리 전방과 주변부에는 핫스탬핑 부재를 보강했다. 배터리 케이스의 중앙부도 차체에 견고하게 밀착시켜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또 내연기관 플랫폼에서는 필수적이었던 차체 바닥의 센터터널을 없애고 배터리를 중앙 하단에 배치하면서 실내 바닥이 편평해져 공간활용성이 극대화됐다. 후석 승객공간이 넓어졌고, 차종에 따라 다양한 전후 시트 배치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5년까지 계획된 전동화 모델 44개 차종 중에서 전용 전기차 11종을 포함해 전기차가 23개 차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 연간 100만대를 판매해 명실상부한 전기차 글로벌 최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