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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능] 응원전 사라진 코로나 수능…발열체크에 칸막이까지 (종합)

기사등록 : 2020-12-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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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경민 김유림 이정화 이학준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매년 시험장 앞에서 펼쳐지던 응원전이 사라졌다. 정부의 응원 자제 권고에 박수와 함성 등 후배들의 응원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자녀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내는 학부모들만 일부 눈에 띄었다. 수험생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마스크 착용은 물론, 발열체크를 하고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서 시험을 치르는 등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 후배들 함성·박수 대신 학부모 격려만

이날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서울시교육청 제13시험지구 제13시험장 앞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교문 주변으로 교통 통제를 위해 이른 새벽부터 나온 자원봉사자와 학교 관계자 등 6~7명 정도가 전부였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지를 받고 답안지에 마킹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주 늦춰진 이번 수능은 역대 최소인 49만3433명이 응시한 가운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020.12.03 photo@newspim.com

해마다 수능일이면 흔히 볼 수 있었던 후배들의 응원은 물론이고, 수험생들을 위한 간식과 따뜻한 차, 플래카드, 피켓 등도 없었다. '여러분의 빛나는 미래를 응원합니다. 수험생 가족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적힌 영등포구청장 명의의 플래카드만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오전 7시 40분쯤 서울 관악고 1~2학년 학생들 10여명이 시험장 근처에 나타나 "화이팅"이라고 크게 외쳤다. 하지만 이들도 선배들의 사진을 찍은 뒤 10여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김민기(17) 군은 "선배들 시험 잘 봐서 태권도학과에 붙고 국가대표가 됐으면 좋겠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 매년 오고 있는데 올해도 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용산고에 차려진 서울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7시험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험장이 떠나가라 응원가를 부르던 후배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사들의 '격려 포옹'도 옛말이 됐다.

학부모들만이 초조한 마음으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자녀와 포옹하거나 "화이팅"을 외쳤다. 자녀가 고사장으로 사라질 때까지 교문 앞에서 아련하게 지켜보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학부모 김윤숙 씨는 "차 막힐까봐 일찌감치 나왔다"며 "지난해하고 다르게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하는 등 아이가 나태해질까봐 걱정했는데 나중에 노력했다. 그만큼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험장까지 배웅하러 나왔다는 나성수 씨는 "격리돼 시험을 보는 사람도 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평소 공부하던대로 시험 치르는 것에 감사하다"며 아들을 꼭 안아줬다.

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 박모(54) 씨는 "너무 긴장돼서 집에서 기다릴 수도 없고 해서 절에 바로 갈 것"이라며 "아들이 시험 보는 같은 시간에 기도를 똑같이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해줬다"며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학원도 제대로 못 가서 인터넷 강의 등으로 수능을 준비했는데, 입시 결과가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고 서울시교육청 제18시험지구 제11시험장은 오전 7시가 되자 수험생들이 하나 둘씩 시험장에 도착했다. 한파의 매서운 날씨에 대부분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교문 앞에 도착한 이들은 한 손에는 도시락을 들고 마스크를 고쳐 쓰며 학교로 들어갔다.

후배들의 응원전 대신 자녀의 손을 비벼주며 당부의 말과 격려의 포옹을 하는 학부모들의 모습만 눈에 띄었다. 한 학부모는 자녀가 시험장으로 들어가자 "걱정하지 말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학부모 김모 씨는 "아이가 현재 몸이 안 좋은 상태여서 무사히 시험을 잘 치르기만 바랄 뿐"이라며 "아이가 굉장히 긴장해 있는데 실수 없이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여의도여고)에서 감독관이 입실완료 시간이 지나자 정문을 닫고 있다. 이번 수능은 당초 11월 19일로 예정돼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주 연기됐다. 2020.12.03 alwaysame@newspim.com

서울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4시험장인 서울 종로구 동성고 역시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와 조언이 응원전을 대신했다. 오전 7시 10분쯤부터 수험생들과 이들을 배웅하러 나온 학부모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마스크를 착용한 수험생들은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이 더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한 수험생은 어머니를 달래고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학교로 들어갔다.

학부모 주모(50) 씨는 "그동안 아이가 고생했던 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나도 많이 떨린다"며 "아이가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매일 집에서 공부하고, 학원에서도 수업을 듣는 동안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해 숨쉬기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이제 집에 가서 혼자 조용히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아들을 데려다주고 돌아선 이모(54)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서 수능 준비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걱정했다. 동생을 응원하러 왔다는 신모(23)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제일 큰 이벤트라 동생이 준비하는 걸 보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고 전했다.

◆ 처음 보는 시험에 수험생들도 '긴장'

코로나19로 인해 수험생들은 이날 발열체크를 하고 입장하고, 책상에 칸막이까지 설치되면서 진땀을 뺐다. 시험장이 마련된 주요 학교 관계자들은 교문 앞에서 발열체크와 함께 수험표를 확인한 후 수험생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통제했다.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은 줄지어 발열체크를 한 뒤 입장을 이어갔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문 앞에서 수험표를 확인한 뒤 다시 학교 본관 앞에서 발열체크를 하는 등 두 번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여의도고에서는 교문 앞에서 수험표를 확인한 뒤 학교 본관 입구에서 입장하는 수험생들 모두 발열체크를 했다.

용산고의 경우에도 교문 앞이 좁아 본관으로 들어갈 때 영상으로 발열체크를 했다. 용산고 관계자는 "교문 앞이 좁아서 본관 앞에서 화상 카메라를 통해 발열체크를 하게 했다"며 "수험생, 감독관 등 모든 인원이 발열체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은 처음 치르는 시험 방식에 난감해하면서도 그동안 준비한대로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고병호(18) 군은 "아크릴판 시험은 처음 보는 거라서 예상은 안 된다. 따로 연습하진 않았다"고 했다. 이번 수능에서는 모든 시험실 책상에 비말차단용 칸막이가 설치됐다. 수험생들 책상 앞면에는 가로 60㎝, 높이 45㎝ 크기의 아크릴판 칸막이가 세워졌다.

이모(18) 군은 "마스크는 익숙해져서 딱히 시험 볼 때 힘들 것 같진 않다"며 "마스크보다 봄부터 계속 학교를 안가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진 점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재수생 A(19) 씨도 "평소 했던 것보다 성적이 안 나오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며 "코로나19로 우리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어려운 상황이다. 잘 이겨내고 잘 치르고 나오겠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김명주(50) 씨는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코로나19에 안 걸리고 무사히 마쳤으면 한다"며 "수능 보고 논술도 남아있어서 오늘 따로 외식은 안하고 집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을 시켜먹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강릉=뉴스핌] 이순철 기자= 3일 2021년도 전국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한 수험생이 시험장을 잘못 찿아 급히 경찰 순찰차를 타고 급히 시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12.03 grsoon815@newspim.com

◆ 올해도 어김없이 지각 수험생

이번 수능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지각 수험생이 속출했다. 오전 8시 1분쯤 여의도중에는 한 여학생을 태운 경찰차량이 도착했다. 은평구 지하철 구산역에서 경찰차량을 탄 학생은 차에서 내린 뒤 급히 학교로 들어갔다.

용산고에서도 오전 8시 4분쯤 수험생 1명이 경찰차량에서 내려 서둘러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다른 학교들에서도 시험 시작 전인 오전 8시 40분까지 허겁지겁 교문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수험생들이 보였다.

오전 8시 13분쯤에는 서울 서초고에서 한 수험생 가족이 학교 관계자들을 통해 자녀에게 시계를 전달하기도 했다. 서초고 관계자는 "1교시 시작하는 오전 8시 40분 2분 전인 38분까지 일단 학생들을 들여보내주고 그 학생들을 시험 보게 할지는 본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시험장 주변에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원활한 주변 소통을 위한 교통 관리에 나섰고, 시험에 늦은 수험생들을 차량에 태워 이동시키는 등 지원활동에 적극 힘썼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도 현장에 나와 수능 관리 및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2주 늦춰진 이날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시험장 앞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고 응원 자제를 요청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반 시험실 당 수험생을 28명에서 24명으로 줄이고, 확진자·자가격리자·의심 증상자를 위한 시험실도 따로 마련했다. 지난 1일 기준 수험생 확진자는 37명, 자가격리자는 430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37.5도 이상의 열이 있거나 기침 등 의심 증상을 보이는 수험생은 2차 체크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일반 시험장 내 5∼6개씩 마련된 별도 시험실로 이동해 시험을 본다. 자가격리자는 일반 시험장과 떨어진 별도 시험장에서, 확진자는 병원·생활치료센터에서 각각 응시한다.

 

jun89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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