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심지혜 이윤애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할 적임자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이 꼽혔다.
두 사람은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완성하고 클린에너지 사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도맡으며 SK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할 예정이다.
SK그룹 측은 "각 회사가 ESG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 박정호 부회장, SK하이닉스에 ICT 리더십 심는다
SK그룹이 3일 2021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부회장 승진과 함께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하게 됐다.
박 사장은 2004년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최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아 보좌했고 SK그룹의 한국이동통신 및 신세기통신 인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다.
4년 전 SK텔레콤 사령탑을 맡은 이후 SK텔레콤의 '탈통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SKT] 2020.09.25 nanana@newspim.com |
이번 부회장 승진을 통해 박 사장이 SK그룹 ICT 사업의 큰 그림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ICT 전문가인 박정호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가 주목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반도체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 의사결정을 도맡고 박 부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등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탈통신' SK텔레콤, AI 빅테크∙마케팅 컴퍼니로 변신 가속화
SK텔레콤은 이번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내년을 인공지능(AI) 빅테크∙마케팅 컴퍼니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올해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우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기업들과의 사업 협력을 연이어 발표하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또 국민 내비게이션이라 불리는 'T맵을' 주축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부를 분할, 이달 29일 출범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SK텔레콤 사명 변경과 함께 새로운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SK텔레콤은 또한 최근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SAPEON X220'을 공개하며 반도체 팹리스 사업에 뛰어들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원스토어,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웨이브 등 주요 자회사의 IPO를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에 핵심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들을 과감히 AI 중심으로 재편해 AI 빅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서비스단'을 'AI&CO(Company)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힘을 싣는다. 고객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SK ICT 패밀리 회사들의 모든 상품, 서비스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핵심 사업과 상품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앞으로는 AI이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유정준 SK E&S 부회장 [사진=SK E&S] 2020.12.03 yunyun@newspim.com |
◆ 유정준, SK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진두지휘
유정준 신임 부회장은 SK E&S를 친환경 에너지 대표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창하는 ESG 경영의 선두에 설 전망이다.
이를 위해 SK E&S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솔루션, 수소사업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영역을 확대하는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SK E&S는 지난 9월 전라북도 새만금개발청이 추진하는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공모에서 민간 최대규모인 200MW을 수주했으며 전남 신안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 분야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17개 사업장에 약 354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를 운영 중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345MWh 규모로 ESS기반의 가상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또한 올해 7월미국 태양광 ESS 설치 1위 기업인 선런 사와 가정용 에너지솔루션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수소사업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SK E&S는 2023년까지 수도권에 국내 최대 규모인 3만톤 규모 액화수소 설비를 건설하고 수입하는 LNG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지주사 SK㈜ 내에 최근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이노베이션, SK E&S 등 관계사 전문 인력 20여 명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했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급성장하는 수소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유정준 사장이 신임 부회장에 오름에 따라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게 된다.
유정준 부회장은 "이제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탄소배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 3연임 조대식, 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주도할 듯
SK그룹은 관계사 CEO들로 구성된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를 줬다. 우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또한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를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 관련 어젠다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2일 오전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코스피 상장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0.07.02 yooksa@newspim.com |
이 외에도 바이오소위원회, AI소위원회, DT소위원회를 관련 위원회 산하에 운영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환경, 지배구조 등 ESG 문제를 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바이오, AI, DT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신설되는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과 법무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윤진원 사장이,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선임됐으며, ICT위원회 위원장은 박정호 부회장이 맡게 됐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대로 조대식 의장이 맡는다. 3번 연임으로 SK그룹 사상 처음이다.
조 의장은 지주회사인 SK를 투자형 지주회사로 탈바꿈시켰으며 그룹 차원의 활발한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바이오와 반도체 소재 등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향후에도 SK그룹이 ESG 경영을 기반으로 파이낸셜스토리를 본격 추진하는 데 있어 조 의장을 중심으로 실행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의장은 직급은 사장이지만, 부회장을 포함한 각 계열사 CEO들을 평가하고 리드하는 위치"라며 "높은 연배에도 불구하고 3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룹 전체의 ESG 경영에 있어 조 의장이 적임자라는 최태원 회장의 판단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