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케이뱅크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신용대출 규제의 무풍지대에 있어 논란을 사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잇따라 '한도 축소·금리 인상'에 나선 것과 달리 되레 '높은 한도·낮은 금리'를 내세워 대출 영업에 되레 공을 들이고 있는 탓이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으로 신용대출 시장이 이상과열 양상으로 치닫은 상황 속 케이뱅크만이 특혜를 제공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광화문 더트윈타워에 위치한 케이뱅크.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여신 담당 임원들과 대면 회의를 진행했다. 신용대출 이슈가 처음 불거진 지난 9월 14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회의는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방안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13일 금융당국 규제 발표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막차 수요가 대거 몰리며 은행권 신용대출은 무려 1조5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케이뱅크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경우 금융당국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반면 케이뱅크는 해당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당국은 회의를 통해 참가 은행들에 신용대출 자제를 권고하고 이행 상황을 확인하며, 사실상 규제권한을 집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당국의 회의에서 빠지면서 다른 은행들과 달리 신용대출 한도 축소나 금리 조정 등 금융당국의 규제 방안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관리 대상 부담이 적은 것이다.
실제 케이뱅크의 대표 상품인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한도가 현상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한도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과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한도를 조정하고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속도 조절'에 동참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2억원~3억원에 달했던 신용대출 한도를 모두 1억원 중반대로 크게 낮췄다. 또 고신용자의 연소득 대비 한도를 기존 200~250%에서 150%로 줄였다. 우대금리도 0.01~0.04%씩 없애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달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무려 4200억원 증가한 2조7100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출 문턱을 높인 시중은행과 달리 한도나 금리 등을 조정하지 않은 영향에 수요가 대거 몰린 영향이다.
금융당국이 케이뱅크에 대해 강력한 신용대출 규제 준수 여부를 강제하지 않은 것은 그간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온 케이뱅크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증자 문제로 1년여 넘게 영업을 하지 못해오다 지난 7월부터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규제 사각지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금융당국 규제로 주요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등은 대출 영업을 크게 줄이고 있는 상황에 유독 케이뱅크 만이 공격적인 영업 행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당국의 대출규제 권고에 따라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감안하면 케이뱅크는 자칫 '관리 사각지대'에 놓을 우려가 크다"며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서라도 케이뱅크 역시 당국의 대출규제 방안을 적극 이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현재 신용대출 상품의 대출금리 상향과 한도 조정 등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출금리의 경우 9월에 조금 선제적으로 높인 부분이 있어 아직 지켜보는 단계"라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 신용대출 상품의 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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