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말 신흥국 자산에 대한 매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뭉칫돈이 중국을 필두로 한 이머징마켓에 홍수를 이뤘고,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2021년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돌입했고, 구리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까지 굵직한 호재가 신흥국 자산 시장에 상승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7일(현지시각)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 사이 이머징마켓의 자산에 유입된 해외 투자 자금이 76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울러 신흥국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398억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중국 주식시장에만 79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밀려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9일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95%의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일제히 위험자산 '사자'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해석이다.
백신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침체에 빠졌던 지구촌 실물경기가 회생할 여지가 높은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초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신흥국 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유가와 구리 등 이미 상승 탄력을 보이는 원자재 가격이 관련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자산시장에 훈풍을 일으켰고,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과 달러화 약세 흐름 역시 강력한 호재라는 분석이다.
월가 [사진=블룸버그] |
씨티그룹은 최근 투자 보고서를 내고 "연말 신흥국 자산시장의 상승 기류가 2021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데믹 사태에 신흥국 자산이 상대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은 만큼 강한 반등이 나올 여지가 높은 데다 저금리 기조가 위험자산 매수를 부추길 것이라는 얘기다.
남아공이 지난 3분기 30년래 최장기 침체에서 벗어났고, 브라질과 칠레, 페루, 우크라이나 등 신흥국이 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할 뜻을 밝히면서 냉각됐던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는 모습이다.
JP모간도 신흥국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조이스 챙 애널리스트는 미국 투자 매체 CNBC와 인터뷰를 갖고 "팬데믹 사태 속에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에 신흥국 자산의 편입 비중이 크게 떨어졌고, 연말부터 내년까지 비중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신흥국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웠던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수로 돌아서면서 신흥국 자산이 2021년 20% 랠리를 펼칠 전망이라고 챙 애널리스트는 주장했다.
JP모간은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태국이 신흥국 가운데 특히 매력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백신 공급 이후 이들 국가의 경기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두드러진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집중된 자금 유입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신흥국으로 로테이션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고 JP모간은 강조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주식뿐 아니라 채권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를 밑도는 상황에 5~6%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신흥국 채권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발렌틴 반 뉴웬휴젠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신흥국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며 "백신 공급 이후 실물경기 회복을 앞세운 자산 시장 랠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1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로 제시한 가운데 위안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가 강한 랠리를 펼치고 있다.
MSCI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는 최근 가파른 상승을 연출하며 2018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입질'이 활발하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 원자재 가격의 강한 상승을 예상하고, 상품 시장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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