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확산되자 부동산 경매에서도 연립과 다세대 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중저가 주택으로 번진 것이다.
주요 지역의 전셋값이 1년새 2억~3억원 뛰면서 재계약을 하려던 세입자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지 않으면 전셋집 자체를 찾기도 힘들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전셋값 정도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빌라, 대세대 주택에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 연립·다세대, 경매 매각건수 연중 최대
10일 부동산업계와 대법원경매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 붙여진 연립·다세대 주택은 전달(79건)보다 58% 증가한 125건이 매각됐다.
지난달 매각건수는 올해 들어 최대치다. 지난 7월 74건 매각됐던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은 8월 55건, 9월 38건으로 줄었다. 10월 79건으로 늘어난 뒤 11월에는 120건을 돌파한 것이다. 경매로 나온 매물이 속속 새로운 주인을 찾자 매각물건 대비 매각건수 비율인 매각률도 20%대에서 30%대로 올라섰다.
경매시장에 매물이 소폭 증가한 것도 있지만 매각건수가 늘어난 이유는 전세난 영향이 크다.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해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눌러앉는 경우가 늘었다. 반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긴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 월세로 돌리는 상황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매물이 귀해진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세입자들이 눈을 낮춰 아파트 대신 연립과 다세대를 선택하고 있다. 특히 중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가 활발하다. 지난달 경매에서 주인을 찾은 매물의 평균 낙찰가는 1억8400만원. 감정가 대비 80% 수준에서 낙찰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물의 시세는 2억~3억원대 수준이다.
기존 주택시장에도 비슷한 분위기다. 서울에서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초 아파트 거래량의 절반 정도에 그쳤으나 9~10월 두달간은 아파트보다 거래량이 많았다. 지난달에는 3000건대로 아파트 거래량을 조금 밑돌았다.
◆ 전세난 장기화 국면...2030세대 '패닉바잉' 이어질듯
연립과 다세대 주택을 찾는 수요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젊은층의 매수세가 계속될 공산이 커서다.
집값이 단기간에 조정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투자여건이 악화됐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유동자금이 흘러넘친다. 저금리는 기조는 내년에도 계속될 확률이 높다.
전셋값 상승으로 '갭투자'(전세끼고 주택매입) 수요가 늘어난 조짐을 보인다. 입주물량 감소도 전세불안의 한 부분이다.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7만7000가구로 4년 연속 줄어들 전망이다. 2018년 38만5200가구와 비교하면 11만가구 감소한 수치다. 대기 수요자 입장에서 집값이 내려갈 시점을 기다려 매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30세대'가 청약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싶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청약 가점이 낮은 탓이다.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대기 수요가 쌓여 인기 단지는 당첨 커트라인이 70~80점에 달한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젊은 세대의 경우 서울 청약시장에 도전하기 힘든 이유다.
이런 영향으로 중저가 매물을 찾는 수요자들이 빌라와 다세대 주택에 더 관심을 보일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전세난과 패닉바잉 등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규제에서 자유로운 빌라, 다세대 매매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시장 불안을 당장 해결하기 어려워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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