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68)의 만기 출소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조두순의 재범 우려에 시민들 불안이 커지자 정부와 국회, 경찰 등은 감시 강화,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일명 '조두순 방지법' 등 관련 대책을 앞다퉈 내놨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와 가족들은 고향을 떠나고 가해자인 조두순은 일상으로 돌아오는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습니다. 아무리 죗값을 치렀다 해도 가해자가 떳떳하게 세상을 활보하고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현실에 분노를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에 12일 출소하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과 성범죄자에 대한 부실한 관리·감독, 2차 피해를 입는 피해자 등 성범죄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살펴봅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 A씨는 지난 2010년 20대 여성을 강간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쳤고, 2013년에는 10대 여성을 강제추행해 징역 3년과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5년을 선고받았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A씨의 실거주지 정보는 성범죄알림e에 나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성범죄자알림e에 A씨의 거주지는 법무부 산하 모 공단으로 명시돼 있다. A씨가 현재 살고 있지도 않은 곳이다. 공단에 따르면 A씨는 갈 곳이 없어 출소 후 공단에서 숙식을 해결하다 퇴소했다. 주소 이전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A씨 거주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태다.
조두순이 출소 이후 피해자 거주지 주변으로 되돌아가면서 논란이 뜨겁다. 여성가족부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위해 성범죄자알림e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나 정작 이곳에 공개된 성범죄자 거주지는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거주지를 집이 아닌 직장 주소로 등록해도 무방한 제도상 허점 때문이다. 거주지 이동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고발조치가 가능하지만, 일정한 주거가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형사처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알림e' 홈페이지. 2020.12.11 hakjun@newspim.com [사진=여성가족부] |
◆ 실제 성범죄자 주소지 찾아가보니...공장, 호텔
12일 뉴스핌 취재 결과 성범죄자알림e에 공개된 일부 성범죄자 거주지는 자택이 아닌 공장이나 호텔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자알림e는 법원으로부터 신상공개 명령을 선고 받은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성범죄자의 범죄 내용, 실거주지 도로명과 건물번호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성범죄자알림e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제도'가 발효된 이후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운영됐다. 판결 확정을 받은 성범죄자들은 30일 이내 자신의 신상정보를 관할 경찰청에 등록해야 하고, 이중 신상공개 명령을 선고받은 자들 정보만 성범죄자알림e에 공개된다. 3년 이하 징역은 5년, 3년 초과 징역은 10년까지 공개된다.
그러나 A씨 사례처럼 실제 거주지를 등록하지 않거나,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주소 공개가 의미가 없어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A씨가 실거주지로 등록한 공단 관계자는 "(A씨는) 현재 퇴소한 상태"라며 "주소를 이전해야 한다고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지만 정작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소 이전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성범죄자알림e'가 공개한 성범죄자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보니 한 공장이 나왔다. 2020.12.11 hakjun@newspim.com |
지난 2012년 10대 청소년을 강간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B씨의 경우에도 거주지를 직접 찾아가보니 한 공장이 나왔다. 공장 내부에는 사람이 기거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주변에는 물류창고, 자동차 수리 센터 등이 밀집돼 있었고, 공장 기숙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다른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인 C씨 실거주지는 'OO동'으로만 기재돼 있을 뿐 도로명이나 건물번호가 명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거주지를 알 수 없었다. D씨와 E씨 거주지는 각각 서울 시내 호텔과 여인숙이었다.
◆ "직장 주소지 등록해도 문제 없어...형사처벌도 애매"
성범죄자알림e는 성범죄자가 실거주지를 집이 아닌 직장으로 등록하는 게 가능하다. 여가부는 "실거주지가 일하는 곳으로 나올 수 있다"며 "생활 거주지와 일하는 곳 둘 다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직장과 실거주지는 다른 의미라는 지적에 대해 "(성범죄자가) 실제 어디 살고 있는지 다 확인을 할 수가 없다"며 "경찰이 확인을 했기 때문에 실거주지로 등록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활 거주지로 등록하도록 해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경찰에 계속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구체적인 주소가 기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에 법이 통과돼 상세 주소, 건물번호까지 나올 수 있도록 바뀌었다"며 "곧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는 신상 변경이 있을 경우 20일 이내 관할 경찰서에 변경 정보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거나 거짓 정보를 제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경찰로고[사진=뉴스핌DB] 2020.12.11 obliviate12@newspim.com |
경찰은 경우에 따라 3개월, 6개월, 12개월 마다 신상공개 대상자 거주지를 찾아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장에서 임시 기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갈 데가 없다거나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입건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에 짐을 갖다놓고 왔다 갔다 하니 거소가 아니라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범죄자가 집을 잡고 그 주소가 공개되면 주변에서 불안하다는 민원이 많다"며 "이상한 곳에 (실거주지) 주소를 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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