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셨나요?
전편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지구는 악당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인구의 절반이 사라지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되죠. 그러나 어벤져스 영웅들은 '양자(물리량이 취할 수 있는 최소량)역학'을 이용한 시간 여행을 통해 타노스를 물리치고 지구를 구해냅니다. 양자 세계는 우리가 눈으로 보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굴러간다는 아이디어가 이용된 공상과학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영화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던 양자가 사실은 꽤 오래 전부터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주로 언급되고 있는데요. 바로 양자점 즉, QD(Quantum Dot. 퀀텀닷)입니다. 오늘은 이 QD가 활용된 QD디스플레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퀀텀닷 크기에 따른 색 변화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2020.12.11 iamkym@newspim.com |
◆ QD란
우선 QD디스플레이를 알아보기 전에 QD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QD는 수㎚(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를 뜻합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양자점이라고 불립니다.
QD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 이유는 발광원을 통해 빛 에너지를 받은 QD가 스스로 색을 내기 때문입니다. 특히 입자가 아주 작기 때문에 같은 소재, 같은 방식으로 만든 반도체라고 해도 크기만 조절하면 각기 다른 색깔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약 5~6㎚ 크기의 QD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오렌지 또는 빨간색의 파장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이보다 작은 크기면 파란색 또는 초록색 범위의 빛을 방출하는 식입니다.
QD는 기본적으로 '코어(Core)+쉘(Shell)+리간드(Ligand)'의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코어가 발광을 담당한다면, 쉘은 발광 효율과 수명을 높여주기 위해 코어를 감싸고 있는 부분입니다. 가장 외곽에 존재하는 리간드는 나노 입자들이 뭉치지 않고 거리를 유지해 빛을 잘 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QD의 가장 큰 장점은 빛 파장 폭이 좁아 색 순도가 높으며 전방위로 빛을 발산할 수 있는 점입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빛의 삼원색(빨강/초록/파랑)을 넓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자연색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으며, 정면과 측면 간 휘도 및 색의 차이가 없도록 구현할 수 있습니다.
QD-OLED 구조.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블로그] |
◆ LCD 접은 삼성디스플레이, QD디스플레이 '13조 투자'
현재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주력하는 프리미엄 TV 라인업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인데요. Q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 TV 범주에 들어가지만 QD가 활용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별점이 있습니다.
즉 기존 백라이트에 QD 소재의 필름이 사용되는데요. 일반 컬러필터가 색을 걸러낸다면, QD 컬러필터는 오히려 색을 증폭시킨다는 점이 QLED TV의 강점입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저가 LCD TV 공세 속에 삼성은 LCD 이외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것이 바로 QD디스플레이입니다.
지난해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QD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특히 최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가 이달 중 QD디스플레이 패널 시험 생산에 돌입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이 이처럼 공들이고 있는 QD디스플레이는 Q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결합된 QD-OLED를 의미합니다. LCD에서 사용하는 백라이트가 아닌 블루 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고 그 위에 QD 컬러필터를 입혀 색을 변환하는 형태입니다. 앞서 살펴 본 QD의 장점에 OLED의 장점이 더해지는 구조죠.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검정색 구현에 더욱 유리합니다. 무엇보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으므로 두께는 더 얇아져 '폴더블'이나 '롤러블' 등 다양한 디자인 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1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QD 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에서 여덟번째)이 다른 관계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 QD디스플레이 이후에는...'QNED'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QD디스플레이 다음으로 퀀텀닷나노발광다이오드(QN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QD디스플레이와 함께 QNED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의 차이를 살펴보면, QD디스플레이가 발광원으로 블루 OLED를 쓴다면 QNED는 무기물인 블루 나노로드 LED를 사용합니다. 무기물을 발광원으로 사용해 유기화합물 기반 OLED의 가장 큰 단점인 '번인 현상(화면 잔상)'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수명은 더 길어지고 전력 소모는 낮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QD디스플레이와 구조상 차이가 발광원 뿐이기에 기존 생산공정과도 거의 유사한 형태라고 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국내외에서 이 QNED 관련 상표를 출원했는데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LG전자가 먼저 QNED 상표 출원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앞서 LG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약 20여일 앞서 한국, 미국 등에서 QNED 등 상표권을 출원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LG전자, LG디스플레이에서 QNED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LG가 벌써부터 QNED를 놓고 상표권 경쟁에 돌입한 만큼, 미래에는 QN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자리잡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BOE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LCD 공세와 더불어 QD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이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에 맞서 타노스의 핑거 스냅과 같은 강력한 디스플레이 기술력 '한 방'을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