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올해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던 둔촌주공과 래미안원베일리의 분양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내년 초 분양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분양가 산정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소송전까지 이어진 데다 후분양을 놓고도 조합원간 의견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사업장 내홍이 더 깊어질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분양가 갈등에 선·후분양제까지...연기되는 재건축 분양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래미안원베일리, 아크로파크브릿지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1만202가구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은 올해 말 분양예정이었으나 미뤄졌다. 일반 분양가와 물량 배정을 놓고 조합원 사이의 갈등이 빚어져 조합장이 해임되고, 소송전까지 이어진 탓이다. 최근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선임했지만 향후 절차들이 남아있어 분양은 내년 중순이나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래미안원베일리는 이번달 분양 모집공고를 이번달 낼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이 단지는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299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현재 해당 구역은 입주자 모집 승인신청을 낸 상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분양은 내년 2월즈음 할 예정"이라면서 "분양가 책정을 두고 지연되는 게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사진=이형석 기자] |
방배6구역을 재건축하는 아크로파크브릿지도 이달 분양 예정이었으나 해를 넘기게 됐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조합장이 해임돼 선임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분양이 지체됐다"면서 "내년으로 분양이 연기됐지만 정확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분양가 산정이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측이 제시하는 분양가와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분양 산정 가격대 사이에서 차이가 나면서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분양가 산정에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변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연말과 내년 초 사이는 시차가 크지 않으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년 공시지가는 올해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선분양과 후분양을 놓고도 조합원 사이에 입장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자금 여력의 한계가 있거나 이견이 크지 않은 소규모 단지는 선분양, 부동산 상승장에서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자금 여력이 되는 조합원은 후분양을 선호한다.
신반포 지역 B공인중개사 대표는 "분양가 갈등도 있지만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를 놓고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분양 연기 더 나올 수 있어"…분양가 산정 진통 지속될 듯
재건축 분양 연기는 서울 주택 공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서울 주택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개발이익 환수가 강화되고 분양가상한제로 조합원들의 이익 추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아직 분양가상한제 영향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분양가 산정이 공급시장에 큰 변수가 되기는 했다"면서 "분양가 산정에 후분양제 선택 여부에 공급시장 변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올해는 이미 계획된 사업이어서 어쩔수 없이 분양했지만 정착된 상황에서는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계획 물량은 건설사들의 실적 때문에 크게 미뤄지지는 않았다"면서 "내년에는 분양 연기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산정 갈등은 아파트 공급을 늦춰 매매시장 불안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분양가 산정 세부 기준을 명확히 해서 갈등을 줄이고,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분양가 산정에서 건축비나 택지비의 가산비용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갈등의 요인이 된다"면서 "세부 기준을 명확히 세워 합리적인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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