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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현대건설 건설 1·2위 대표 동반 교체...′안정′보다 ′성과주의′ 반영

기사등록 : 2020-12-1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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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영업이익 1조원대에서 6000억대로 뚝
삼성물산도 실적 정체, 영업이익률 최하위권 고민
실적 부진시 교체 시그널...성과주의 반영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올해 연말 건설사 시공능력순위 1·2위 대표이사가 동시에 교체되면서 전문성을 강조하던 건설업계가 성과주의 인사로 변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은 전통적인 수주산업으로 여타 산업보다 전문성이 강조됐다. 공사 기간이 일반적으로 2년 이상이다 보니 변수가 많다. 공사원가 증가, 설계변경, 공기 지연 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해외사업의 경우 발주처와의 관계도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의 매출 정체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문성보다는 재무적인 성과가 대표이사 선임에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 삼성물산·현대건설 CEO 동반 교체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순위 1, 2위 건설사의 대표이사가 연임에 실패한 것을 놓고 성과주의가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적이 목표에 미달하면 기회를 더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좌)윤영준 현대건설 신임 사장, (우)오세철 삼성물산 신임 사장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날 현대건설 신임 대표이사에 윤영준 부사장을 선임했다. 윤 부사장은 주택사업본부장을 거쳐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존 박동욱 사장은 임기 3년을 채웠지만 연임에는 실패했다.

이번 변화는 최근 현대건설이 겪고 있는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2015년 연결기준 1조893억원으로 건설사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이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9861억원, 2018년 8400억원으로 떨어졌다. 2019년 8821억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는 63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내부적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목표치 대비 60% 수준에 그친 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알제리, 말레이시아 등 해외 현장의 공사가 지연되면서 원가율이 상승했다. 신규 사업장의 착공도 지연돼 해외사업 매출이 전년대비 20% 정도 줄어든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도 수장을 교체했다. 지난 8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2018년부터 건설부문을 이끌던 이영호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세철 건설부문 플랜트사업부장이 신임 사장에 선임됐다.

최근 삼성물산은 9000억원대 손실을 떠안은 호주 '로이힐(Roy Hill)' 악몽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손실 반영으로 영업이익이 2016년 1000억원대로 떨어졌으나 2017년 8813억원으로 회복했다. 2018년에는 현대건설에 이어 두 번째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19년에는 8668억원으로 하락했고 올해도 8700억원대에 머물 전망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대형 건설사 중 최하위이다.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올해 2.9% 수준. 매출에 비해 손에 쥐는 이익이 얼마 안 되는 것이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올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영업이익률이 14%가 예상되고, 대림산업과 GS건설도 11%, 7%대 수준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이외에도 대우건설 김형 사장, 포스코건설 한성희 사장 등도 조만간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 수익성 강조하는 건설사...'재무통' 중용 가속화

건설업계의 성과주의 인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10년 넘게 사장 자리를 지키던 시기가 지나고 성과에 따라 교체 주기가 빨라질 것이란 얘기다.

국내외 업황 부진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게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국내 건설시장의 정체와 해외건설 수주 감소로 건설사의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 외형이 크게 불어날 여지도 높지 않다.

삼성물산은 연간 매출이 2018년 31조1500억원에서 2019년 30조76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30조원 수준이 예상된다. 정비사업 등 신규 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매출액이 되레 줄었다. 현대건설은 2018년 16조7300억원이던 매출액이 올해는 약 17조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GS건설은 10조원대, 대우건설 8조원대 매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익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원가율 및 판매관리비 등에서 효율성을 높여 이익 개선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건설사 사장 자리에 '현장·영업통'보다 경영기획, 재무 부서를 거친 '재무통' 비중이 높아진 것도 이런 영향이다. GS건설 임병용 부회장, 포스코건설 한성희 사장, SK건설 조기행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건설사 한 임원은 "최근 해외수주 감소와 국내 SOC 예산 축소 등으로 건설업만으로 매출 확대를 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외형 성장보다는 원가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CEO가 높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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