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을 최종 의결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징계청구 명령을 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운명은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올해 1월부터 이미 예견됐다. 추 장관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인사권을 통해 갈등의 서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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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秋-尹 갈등의 서막…사상 최초 '총장 패싱' 인사 단행
추 장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검찰의 칼끝이 정권으로 향하던 지난 1월 3일 취임했다. 검찰개혁의 상징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수사로 35일 만에 낙마하면서 추 장관은 더욱 강력한 검찰개혁 적임자로 선택됐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 장관이 휘두른 인사의 핵심은 '윤석열 사단' 물갈이다. 추 장관은 1월 8일 검사장급 간부 32명에 대한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갈등이 시작된 것은 인사 하루 전인 1월 7일 첫 회동 이후다. 윤 총장은 추 장관과의 회담 이후 법무부로부터 '법무부 인사안은 마련된 게 없으니 인사안을 만들어 내일(8일) 오전까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윤 총장은 법무부 인사안을 먼저 보내달라고 답변했다.
그 직후인 오후 7시30분 법무부는 대검에 '인사안이 마련됐으니 8일 오전까지 검찰과장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알렸다. 이어 같은 날 저녁 9시가 넘어서야 검찰인사위원회가 개최된다는 사실이 윤 총장에게 전달됐다.
이튿날 검찰 인사위가 열리기 전까지 법무부의 '통보'는 계속됐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9시30분 윤 총장에게 '오전 10시30분까지 법무부로 오라'고 전했다. 대검은 요식행위라고 판단해 제3의 장소에서 면담하자고 역제안을 했고, 추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사위에서도 법무부 측과 대검 측 관계자는 고성을 주고받으며 대립했다. 인사위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총장 의견을 듣고 오라'고 권고하면서 일단락됐다.
법무부는 결국 윤 총장을 '패싱'한 채 8일 오후 7시30분 검사장급 간부 32명에 대한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되는 등 윤 총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주요 수사 지휘부가 사실상 모두 교체됐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른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 '검언유착' 채널A 사건으로 절정…'헌정 사상 2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격돌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절정에 달했다. 추 장관은 7월 3일 채널A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를 멈출 것을 명령하면서 윤 총장의 지휘·감독을 중단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이들의 본격적인 충돌은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3월 31일 MBC 보도를 통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등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 7일 이동재 전 기자와 성명불상자 검사 등을 취재윤리 위반 및 검언유착 의혹으로 고발했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6일 만인 4월 13일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 착수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엔 채널A 본사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 뒤로도 중앙지검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와 이 전 기자, 제보자 지모 씨 등에 대한 소환조사 및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에 이 전 기자 측은 6월 14일 중앙지검 수사팀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대검찰청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자 법무부는 같은 달 25일 한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한 후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중앙지검 수사팀도 30일 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적 지위를 대검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추 장관은 7월 2일 윤 총장에 대해 헌정 사상 2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도 이튿날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면서 맞섰다. 추 장관은 7일과 8일 연이틀에 걸쳐 자신의 수사지휘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고,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이 채널A 사건을 자체적으로 수사하도록 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2 alwaysame@newspim.com |
◆'라임 사태'로 갈등 재점화…사상 초유 검찰총장 직무배제·징계청구 발표
추 장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10월 19일 또 다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에게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옥중 편지가 공개되면서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해당 의혹을 제대로 수사지휘하지 않는다고 의심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 대상에 라임 사건 뿐만 아니라 윤 총장 배우자와 장모가 연루된 사건까지 포함시키며 압박에 나섰다.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의 반격은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10월 22일 대검찰청을 상대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추 장관 역시 같은 달 26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장관에게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급기야 '감찰 카드'까지 꺼내든 추 장관은 윤 총장과의 대면조사 일정을 두고 대치하다 11월 24일 서울고검 기자실을 전격 방문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발표했다.
이후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법무부 감찰위원회 '부적절' 결론,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 전국법관대표회의 부결 등 숨가쁜 대치를 이어왔다. 검사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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