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정부가 2021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미래차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등 BIG3 산업의 육성을 내걸은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분야 기술 과제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논문 주제를 선정했다.
예산타당성조사를 통과할 경우 8년 간 총 1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정부 부처가 장관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선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육성으로 반도체 신(新)격차를 창출하겠다며 기술 분야 과제로 PIM(PIM Processing In Memory) 반도체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2.10 yooksa@newspim.com |
PIM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구가 진행되다 이후 주목을 받지 못 했다. CPU가 연산 기능을 담당하고 메모리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면, PIM은 메모리 안에서 데이터 연산까지 처리하는 기술이다. 최근 빅데이터 처리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다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 장관은 장관이 되기 전인 2016년 '프로세싱 인 메모리 시스템'이란 제목의 논문(review paper)을 공동 발표했다. 이에 앞서 2015년에도 최 장관은 PIM 관련 2개 논문을 발표했다.
최 장관은 2016년 논문에서 "PIM은 기존 시스템과 달리 CPU와 메인 메모리 사이의 대역폭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성능을 높일 수 있다"며 "데이터 이동에 소모되는 에너지 또한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1년 4월부터 2024년까지 PIM 선도기술을 개발하고 2022년부터 2028년까지 PIM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투입되는 예산은 115억3000만원이지만 예타를 통과할 경우 투입되는 전체 예산은 8년 간 1조원에 이른다.
PIM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하나의 칩에서 구현하는 것이 빅데이터 시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연구들이 소재와 소자 수준에서부터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반해 PIM이 과거 패러다임이란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며 "하나의 칩 안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데이터도 저장하는 기능이 합쳐지면 속도가 빨라지고 에너지 효율도 좋아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부품 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의 고객사 수요가 있어야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데 시장이 열릴지 알 수 없으므로 지켜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따른 관계자는 "저 프로젝트가 정말 성공한다고 해도 시장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PIM이란게 일반인 시각에서는 있어 보이는지는 모르겠는데 현업에서는 주목하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전고체 배터리, 최첨단 전장 기술로 싸우는데 옆에서 한가하게 '비가 와도 잘 보이는 사이드 미러'를 얘기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장관이 교수 시절 발표한 논문을 정부 육성 1호 기술로 삼은 것에 대해 적절치 못 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과대학 교수는 "장관이 됐으니, 교수 시절 신념을 갖고 연구한 프로젝트를 진행 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장관이 사심으로 세금을 쓴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앞선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육성 기술로 최근 각광받는 GPU나 초고성능 메모리(HBM), 센서 제품군으로 주제를 잡았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기부와 산업부가 학계 의견을 들어서 시스템반도체 유망 기술 중 하나인 PIM을 선정한 것"이라며 "장관의 논문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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