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3분기 호실적과 연말 배당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갔던 은행주의 주가가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 주춤하고 있다. 통상 연말에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강세 흐름을 보이지만 올해는 배당시즌을 앞두고도 배당축소 논란에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1.74%(800원) 하락한 4만5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지주는 1.34%(450원) 내린 3만3250원에, 하나금융지주는 0.28%(100원) 빠진 3만6050원에 마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0.50%(50원) 상승한 1만100원에 장을 끝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지난 3분기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사모펀드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이중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특히 KB금융과 신한지주는 나란히 1조원대의 순이익 달성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은 하락했지만 증권계열사 등 비은행 부문이 약진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금융당국이 배당 축소를 권하면서 최근 은행주의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배당을 축소하고, 유보금을 쌓아 손실흡수능력을 높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배당 축소에 따른 투자자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배당은 (은행과 금융지주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 3월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가 종료되는 등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배당을 자제해줬으면 하는 입장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올해 은행들의 배당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은행주 7곳(KB금융·하나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의 올해 평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23.7%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인 24.3%보다 63베이시스포인트(bp) 감소한 수치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중장기적 배당성향 목표는 30%로 여전히 변함이 없다"면서도 "지속되는 거시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전년 대비 배당성향 증대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교보증권도 은행들의 올해 주당배당금(DPS)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은 신한지주의 DPS 추정치가 1690원으로 지난해(1850원) 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DPS도 지난해 보다 줄어든 1580원, 510원으로 추정했다. 이외에 기업은행과 BNK금융지주의 DPS가 각각 500원, 324원으로 전년도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배당축소 논란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중장기적으로 배당 이슈가 은행주 주가의 추가 하락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은행들의 호실적과 양호한 자본비율 등을 감안할 때 배당 제한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배당성향이 대폭적으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배당 규제 논란이 주가에 상당폭 반영된 만큼 더 이상 관련 뉴스가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사업연도 배당금을 받기 위해 투자자들은 오는 28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배당은 내년 2~3월에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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