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 8개월된 아기를 둔 A씨는 육아휴직 중이다. 육아를 하는 동안 틈틈히 시간을 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올해 '주식 투자를 안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주부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며칠 전에는 아이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기 위해 증권사 지점에도 다녀왔다. 미성년자의 경우 10년간 최대 2000만원까지 증여가 가능하다는 얘기에 현금보다는 주식으로 물려주기 위해서다.
올 한해 주식투자 열풍이 거세다. 대학생, 가정주부, 직장인, 퇴직자 등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세대에 걸쳐 인기다. 미성년자 주식 계좌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자녀 주식계좌 개설 방법을 묻는 글들이 부쩍 많아졌다. 10년마다 미성년자 자녀에게 2000만원까지 비과세 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승장 속에서 주식투자를 통해 자녀 자산을 불려 증여하려는 부모가 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 주식계좌는 지점 개설만 가능한데, 지점을 찾는 부모들이 늘면서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미성년자 주식계좌 개설에 필요한 첨부서류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1~8월 미성년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29만1080건이다. 올 들어 월 평균 3만6385건이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월 평균 7778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이 폭락한 지난 3월부터 미성년자 주식계좌가 늘기 시작했다. 올 2월 신규 계좌개설 건수 1만9777건에 비해 지난 3월 4만2926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서울=뉴스핌] 표 =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예수금도 지난 3월과 8월에 각각 641억원, 724억원 증가하며 지난 한해 370억원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올해 미성년자 주식계좌는 40만 건 가량이 새로 개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변화는 개별 증권사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투자증권의 미성년자들 신규계좌수가 올 1~8월까지 총 3만957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4848개)에 비해 8배나 늘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미성년자 주식계좌 개설과 증여신고 방법을 묻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명절이나 졸업때 용돈 대신 조카나 손주에게 주식 선물을 해주겠다는 글들도 부쩍 늘었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가 직접 영업지점을 찾아 주식계좌를 개설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상승장 속 주식투자를 자녀 자산 증식의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B씨는 "해외주식이 뜨고 있다고 해 아들 이름으로 종목 몆개를 사놨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주식계좌 개설은 부모가 직접 지점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무턱대고 아무 준비없이 지점을 찾았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지점 방문시 3개월 이내 발급받은 자녀 본인 명의 증명서와 가족관계 증명서, 부모 신분증과 도장이 필요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녀 주식계좌 개설에 대해 전화로 문의하는 고객들이 올 하반기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직접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주식 운용을 할수 있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가 직접 주식 매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 단기투자 보다는 성장위주의 장기투자가 많다는게 증권사의 설명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녀 이름으로 예적금을 해 놓은 자금이나 여윳돈을 주식 예탁금으로 넣어 우량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며 "자녀 모르게 증여차원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어 투자한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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