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박근혜 정부가 특정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사업 배제를 지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서울연극협회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제기한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배제 행위 등 위헌 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헌재는 박 전 대통령 등 피신청인들이 당시 야당 소속 후보를 지지했거나 정부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청구인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한 행위를 헌법에 위배된다고 봤다.
또 이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속 직원들에게 지시해 지원사업 배제와 관련해 내린 일련의 지시 행위가 위헌이라고 밝혔다.
우선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정보수집 등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 등 헌법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사건 정보수집 등 행위는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내용의 공권력 행사인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지원배제 지시 행위 부분에선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정부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지원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재하는 공권력 행사는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지원사업 내용과 전혀 무관한 청구인들의 정치적 견해만을 기준으로 해 그들의 공정한 심사 기회를 박탈하고 심의에서 일절 배제되도록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자의적인 차별행위"라고 판시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4월경부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거나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을 관리하며 서울연극협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등 단체를 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구조 실패를 지적하는 영화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자 배급사 등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야권 후보를 지지한 이력이 있는 작가의 시집을 공공도서관 보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원 배제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엔 조윤선·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소영 전 문체부 비서관 등이 연루됐다.
청구인들은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 등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지원을 배제하도록 한 것은 위헌적 공권력 행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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