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패션업체들이 '액체의 보석'이라 불리는 향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옷이나 화장품에 돈을 덜 쓰는 대신 고가 수입 향수에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향수의 반대말인 '니치 향수'의 개념도 20만원대에서 30만~40만원 수준으로 점차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매출 효자 '니치향수'...온라인 주문 세 자릿수 급증
3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신세계인터)에 따르면 이 회사가 유통하는 수입 향수들의 지난해 1~11월까지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스아이빌리지' 등 온라인몰에서 발생한 수입 향수 매출은 무려 570% 급증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2.28 hrgu90@newspim.com |
패션업체 중에서도 신세계인터는 니치 향수 사업의 일인자다. 해외 유명 향수 브랜드를 선점하고 국내로 활발하게 유통해왔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수입 향수 판권만 해도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메모 파리' ▲'아이젠버그' 등 굵직한 브랜드들이 대다수다.
'남들과 다른 향기를 누리고 싶다'는 수요를 타깃으로 하는 니치 향수는 '값비싼 향수'와 의미를 같이한다.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신세계인터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바이레도 향수의 가격은 50ml(오드 퍼퓸) 한 병에 평균 20만원 수준이다. 바이레도는 올해 11월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51% 늘었다.
고가의 니치 향수는 올해 신세계인터 실적의 '효자'가 됐다. 지난해 패션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한파'를 직통으로 맞았다. 색조 화장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외 의류와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는 신세계인터는 1~3분기까지 ▲수입 의류 2%↑ ▲국내 의류 17%↓ ▲국내 화장품 (비디비치·연작) 41%↓ 수준의 전년 대비 매출 변동을 겪었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부문은 수입 화장품 사업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신세계인터 수입 화장품 매출은 125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898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수입 화장품에는 '아워글래스', '라페르바' 등이 포함돼 있으나, 신세계인터에 따르면 향수 매출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톰브라운 향수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2020.12.28 hrgu90@newspim.com |
◆엑스니힐로·톰브라운...40~50만원대 브랜드 확충
패션업체들은 더 높은 가격대의 수입 향수를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는 이달 초 프랑스 초고가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갤러리아 명품관에 매장을 열었다. 엑스니힐로 향수의 가격은 100ml 기준 40~50만원대에 달한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톰브라운'의 국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톰브라운 향수를 선보인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컬렉션의 가격대는 75ml 기준 35~43만원 수준이다. 국내 톰브라운 매장과 10 꼬르소 꼬모 서울 청담점·에비뉴엘점 등에서 판매한다.
코로나19에도 올해 톰브라운의 브랜드 파워는 견고했다. 삼성물산은 2011년 톰브라운 국내 사업을 전개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이 늘었다. 표유경 삼성물산 해외상품1팀장은 "톰브라운의 강력한 브랜딩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이 초고가 향수를 앞다퉈 선보이는 이유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치(niche·틈새) 향수'의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소수가 사용해야 하는데, 20만원대 향수도 이미 너무 대중화된 탓이다. 향수 마니아들이 점점 더 알려지지 않은, 고가의 향수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지난해 신세계인터가 판권을 확보한 '메모' 향수(75ml 기준 30만원대)도 올해 매출이 92% 급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니치 향수 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패션업계의 마케팅, 유통 능력을 활용해 브랜드를 키우면 매출이 늘어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효과가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