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들여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시장 판도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기요 매각가는 현재 2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앱 시장을 위협하는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 전자상거래 업체는 물론 자금 여력이 있는 유통 대기업이나 IT 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DH가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사모펀드에 매각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배달앱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배민(배달의민족)라이더스 회원들이 130주년 메이데이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배민 라이더스 지회원들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생활물류 서비스법 제정 및 오토바이 보험료 인하 등을 촉구하며 첫 오토바이 퍼레이드를 벌였다. 2020.05.01 dlsgur9757@newspim.com |
◆공정위 "배민 인수하려면 요기요 매각하라"...DH, 공정위 초강수에 '무릎'
DH는 28일 저녁 늦게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DH는 측은 내년 1분기 중 공정위로부터 배민 인수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DHK 측도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구체적인 매각 계획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매각의 모든 과정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고 직원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공정위가 이날 DH 측에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약 88%를 취득하려면 DHK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리면서다.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13일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88%를 4조7400억원에 사들였고 같은 달 30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바 있다.
공정위가 배민과 요기요 합병이 이뤄질 경우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하는 독점 사업자가 탄생하는 것을 우려해 사실상 인수합병(M&A)을 불허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거래액 기준으로 배달시장 점유율은 배민이 78%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고 이어 요기요 19.6%, 배달통·푸드플라이(DHK 운영) 1.6%, 쿠팡이츠·카카오·위메프오 등 기타 사업자 0.8% 순이었다.
DH가 배달앱 독점 사업자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소비자 혜택 감소, 음식점 수수료 인상 등 배달앱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소비자들이 합병 이후 수수료가 인상되더라도 배민과 요기요 2개 배달앱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해 배달앱 시장 점유율 현황. [자료=공정위] 2020.12.28 nrd8120@newspim.com |
공정위는 DH에 향후 6개월 이내로 DHK 지분을 팔라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회사 측은 배달앱 사업자 1위인 배민과 2위인 요기요와의 시너지를 강화해 아시아 시장 진출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공정위가 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사실상 물건너간 모양새다.
그간 업계에서는 배민을 인수한 취지가 퇴색된 만큼 DH 측이 공정위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당초 DH는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단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DH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요기요 매각을 조건부로 승인하면)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하려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음식점사장님·라이더·소비자를 포함한 지역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다만 DH는 추후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도 "조건 없이 기업결합을 승인해 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 설득에 실패하면서 결국 '요기요 매각'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DH가 배민을 품고 요기요를 포기한 것은 시장점유율 차원에서 유리한 쪽을 선택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기준 3배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다.
◆요기요 몸값만 2조원대...누구 품에 안기나
요기요 매각대금은 2조원대로 추정된다. DH는 앞으로 6개월 안에 DHK의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현재 요기요 인수 후보군으로는 유통 대기업이나 IT기반 기업인 네이버·카카오, 배달앱 후발 주자 쿠팡(쿠팡이츠), 위메프(위메프오) 등이 거론된다.
최근 배달앱 시장 장악에 나선 쿠팡과 위메프가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배민을 위협할 최대 적수가 되는 셈이다. 다만 쿠팡과 위메프는 자금 여력이 크지 않다.
쿠팡은 내년 나스닥 상장을 위해선 3조7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줄여야 할 숙제를 안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 든든한 우군이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으로부터의 자금 수혈도 어려운 상황이다.
요기요 CI [사진=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2020.06.02 204mkh@newspim.com |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연이은 투자 실패로 손실 폭이 커지면서 추가로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위메프는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4770억원에 그쳐 인수전에 가세할 가능성도 낮다.
업계에서는 DH가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유통 및 IT 대기업 카드 대신 '사모펀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배민 인수대금으로 4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만큼 이를 최대한 만회할 수 있게 요기요 매각가를 높게 낸 업체를 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게다가 사모펀드는 외연 확장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춰 재무 건전성에 심혈을 기울일 공산이 크다. 사모펀드가 배달앱 시장에 진입해도 배민의 시장 지위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비상시국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보다는 사모펀드 쪽에서 높은 금액을 적어 낼 가능성이 있다"며 "DH 입장에서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게 추후 시장 점유율 방어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모펀드가 인수하게 되면 업계 판도 변화 없이 현재 배민과 요기요가 업계 순위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구조가 깨지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들은 투자에 회의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요기요의 누적 적자는 재무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도 안고 있는 탓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긍정적 요소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출혈경쟁이 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기에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과 네이버·카카오 등 대기업은 자금 여력은 충분하겠지만 소상공인과 직접 거래하는 것이 잡음이 끊이지 않을 수 있어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또 요기요 누적 적자가 700억원에 달하고 코로나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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