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이마트가 인공지능(AI) 기반 건강기능식품 추천 매장을 성수점에 오픈하면서 '맞춤형 건기식'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 내에서 건강기능식품 제조를 담당하는 콜마비앤에이치도 시장 대중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맞춤형 건기식'은 현재 걸음마 단계이나, 콜마비앤에이치의 건강기능식품부문 강화 기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 이브 오픈한 '아이엠'..."고객반응 좋아"
31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마트 성수점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추천 서비스 매장인 '아이엠(IAM____)'을 오픈했다. 국내 대형마트에 맞춤형 건기식 매장을 오픈한 것은 이마트가 최초다.
이마트 성수점 아이엠 매장 내부 모습 [사진=이마트] 2020.12.29 hrgu90@newspim.com |
이 매장은 일반적인 영양제 추천 매장과는 다르다. 아이엠에 방문한 소비자는 성별·나이·건강상태·라이프스타일 등을 체크한 뒤 나에게 필요한 영양제들을 추천받는다. 중요한 것은 영양제 '조합'이다. AI와 영양사 자격이 있는 상담사는 최적의 영양제 조합을 찾아준다.
본래 소비자가 비타민·오메가3·칼슘 등 영양제를 필요로 땐 각 영양제를 '한 통'씩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영양사의 건강기능식품 추천 ▲건강기능식품의 소분(小分) 판매를 규제특례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맞춤형 건기식 시장의 길이 열렸다.
이마트는 규제특례 대상 사업자인 모노랩스와 손을 잡았다. 모노랩스는 정부가 지정한 맞춤형 건기식 사업자 중 유일하게 약국 외에도 직영 매장 6곳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 이런 이점을 바탕으로 이마트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한국콜마홀딩스 등으로부터 총 77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모노랩스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 6곳이 모두 이마트로 확정되면서 업계는 긴장하는 눈치다. 맞춤형 건기식 판매 허가를 받은 7개 사업자(풀무원건강생활·아모레퍼시픽·한국암웨이·코스맥스엔비티·한국허벌라이프·빅썸 등) 중에서도 대형마트 유통은 모노랩스가 유일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이엠 매장이 잘 갖춰져 있고 생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터라 고객들의 문의가 많고 현장 반응이 좋다"며 "성수점 외에도 내년 중 5개 점포에 아이엠을 오픈할 계획이다. 오픈 장소는 아직까지 미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2.29 hrgu90@newspim.com |
◆2년 후 계속 사업 가능할까..."약국과의 이권다툼 관건"
이마트·모노랩스가 맞춤형 건기식 대중화에 성공할 경우 콜마비앤에이치에도 수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노랩스가 의뢰하는 건기식 제조를 담당하는 곳은 주로 콜마비앤에이치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가 지난해 모노랩스에 시드 투자를 단행한 게 인연이 됐다.
콜마비앤에이치의 건기식 제조 매출 규모는 업계 2위 수준이다. 지난해 콜마비앤에이치 전체 매출에서 건기식 매출 비중은 66%로 화장품 매출 대비 압도적이다. 건기식이 화장품보다 수익성이 높아 영업이익 기여도는 7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건기식 사업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콜마비앤에이치가 생산하는 '헤모힘'이 날개돋친 듯 팔렸다. 애터미가 판매하는 면역력 강화 식품 헤모힘은 올해 건기식 업계 최초로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국내 건기식 시장도 매년 성장세여서 한국콜마홀딩스는 건기식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5조 수준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건기식 매출도 수출보다는 내수가 3배가량 많다.
관건은 맞춤형 건기식 사업의 지속성이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규제특례 대상 7개 사업자가 총 152개 매장에서 맞춤형 건기식 판매를 하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범 운영을 허용한 것으로 사업 가능 기간은 앞으로 2년이다.
판매처를 둘러싼 잡음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기식 판매의 안전성을 염려하는 약사협회는 '맞춤형 건기식 소분 판매' 자체에는 찬성하나, 일반 대형마트나 식품업체 등에서의 제조·판매에는 반대하고 있다. 시장 내 불협화음이 심화될 경우 규제완화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맞춤형 건기식에 대한 국내 수요가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라며 "식품회사나 대형마트 유통에 대해 약국의 반대가 심해 현실적으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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