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및 탈세, 분식회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석래(85)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상고심에서 일부 유·무죄 판단이 뒤집힘에 따라 다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명예회장의 상고심에서 조세처벌법 위반 혐의는 일부 무죄 취지로, 상법 위반 혐의는 일부 유죄 취지로 각각 파기환송 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조 회장은 국내 차명주식과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와 관련해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118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함께 기소된 효성 임원들과 함께 회계장부 조작을 통해 1237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하고 해외법인 명의 주식과 관련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110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중국법인과 관련해 기술료 명목으로 조성된 회삿돈 698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지난 2007~2008 사업연도에 배당가능이익이 없음에도 약 250억원 상당 위법한 배당을 실시하고 효성 싱가포르 법인이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대여금 채권 전약을 대손처리하게 하는 방식으로 약 234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아들 조현준 회장은 효성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약 17억원을 횡령하고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157억원대 비자금을 증여받아 70억원 상당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은 조 명예회장에 대해 국내 차명주식 관련 양도소득세 및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법인세 포탈과 위법 배당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상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봤다. 다만 조 명예회장이 고령이어서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그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조 회장에 대해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증여세 포탈 혐의는 무죄 판결했다.
2심은 1심에서 유죄 판단한 차명 주식 관련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일부와 위법배당으로 인한 상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판단했으나 형량은 그대로 징역 3년 실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은 이같은 원심 판단 중 일부가 잘못됐다고 보고 법인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취지, 상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취지로 각각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우선 조 회장 혐의 가운데 부실자산을 가공의 기계장치로 대체한 후 법인세를 포탈했다는 혐의가 원심과 달리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돼 조세채권이 성립해야만 한다"며 "과세관청이 조세포탈로 공소제기된 처분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과세처분을 취소했다면 조세채무 성립을 전제로 한 조세포탈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반면 2007 사업연도에 배당가능한 이익이 없었음에도 위법하게 배당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한 원심과 달리 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배당가능한 이익이 없는데도 재무제표 분식을 통해 이를 기초로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금 지급이 이뤄진 때에는 위법배당죄 적용이 된다"며 "회사가 적립한 자본준비금은 자본금 결손 보전 등에만 충당하도록 규정해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회사가 해당 사업연도말까지 적립한 자본준비금을 같은 사업연도에 관한 이익배당 재원을 삼는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임원이 이익배당 당시 자본준비금이 적립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법배당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효성그룹 측은 이날 상고심 선고 직후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점과 사익 추구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받은 점은 다행스럽다"며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회사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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