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한화가 분산탄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환경·사회·지배구조, 이른바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비인도적 무기'인 분산탄 사업을 매각해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그간 비인도적 무기를 생산하는 업체에 투자를 금지해 왔다. 그간 힘들었던 대규모 투자 유치가 성사되면 그룹 핵심 사업인 태양광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4일 ㈜한화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달 30일 분산탄 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 보유지분을 디펜스케이에 완전히 매각했다. 디펜스케이는 KDI로 전적하는 직원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다.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KDI 지분 40만주 중 31만400주를 77억6000만원에 매각하고, 나머지 8만9600주는 디펜스케이 전적대상자의 위로금으로 지급됐다.
한화그룹 본사 전경 [제공=한화그룹] |
이번 매각은 한화그룹의 ESG 경영 강화 측면에서 이뤄졌다. 한화 측은 "㈜한화의 분산탄 이슈를 해소하고 국제사회의 ESG 기준을 충족하고자 이번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투자기관들은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지표 등을 평가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분산탄을 생산하는 한화가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투자를 배재해 왔다. '강철비'로 불리는 분산탄을 민간인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비인도적인 무기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2007년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을 시작으로 네덜란드공무원연금, 스웨덴 연금펀드, 덴마크 공적연금 등이 ㈜한화에 대한 투자를 배제해 왔다.
유럽에서 태양광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 입장에서는 유럽 대형 투자기관의 투자가 절실했다. 이번 매각으로 투자기관들의 투자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 글로벌 태양광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한화그룹의 올해 경영 화두 역시 'ESG 경영'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경영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ESG 경영에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승연 회장은 "ESG와 같은 지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자리잡아 왔다"며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도 ESG를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우리의 경영활동 면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기관들이 기업의 ESG 경영을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면서 기업들은 이에 반하는 사업을 속속 정리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