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은행들이 비예금 상품 판매시 상담 녹취와 해피콜 대상을 일제히 확대하고 나섰다. 금융투자상품 판매사의 책임이 대폭 커지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녹취와 해피콜의 대상을 넓혀 선제적인 리스크 방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들은 지난 4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만 65세 이상 고연령자나 투자성향 부적합자에게 MMF, MMT를 제외한 비예금 상품 판매시 상담 내용을 녹취하고 있다. 당초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경우에만 실시했던 녹취 대상을 넓힌 것이다. 일반투자자에게 고난도 상품을 판매할 경우에도 상담내용을 녹음한다. 다만, 전문투자자는 예외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점이 객장 내 대기손님 10인 이하 제한 실시에 따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12.28 alwaysame@newspim.com |
상품 판매 이후 7영업일까지 고객에 대해 상품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해피콜 대상도 4일부터 비예금 상품 전체로 늘리기로 했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형식으로 가입한 경우에도 해피콜을 적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피콜과 녹취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에 은행들이 하던 것이었고 작년 9월 당국이 내놓은 감독당국에서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보조를 맞춰 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9월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함께 DLF 사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해피콜과 녹취 강화내용을 담은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제정해 올해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일부 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모든 비예금 상품에 가입하려는 일반 투자자까지 녹취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4일부터 MMF를 제외한 비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담내용을 녹음한다. 3월 중에는 전문 투자자까지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농협은행도 고령, 부적합 투자자 외 일반투자자까지 녹취대상을 확대하고자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조치는 모범규준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오는 3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소법에 대응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금소법이 국회 문턱을 넘자 은행들은 작년부터 조직개편을 통해 관련 조직을 신설하거나 외부 컨설팅을 받는 등 소비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금소법에 따르면 은행이 당국의 판매 규제를 어길 경우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 수 있으며, 징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선 직접 고의와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소법에 따른 규제 비용 증가와 법률 리스크를 올해 과제로 꼽았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1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 보고서를 통해 "금소법이 시행되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등 영업행위 관련 규정의 준수를 위한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불완전판매 등 사건 발생시 입증책임이 은행에게 부과돼 패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패소시 적용될 과징금과 손해배상 기준도 크게 높아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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