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현장 경영 행보 보폭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정부와 시장에선 반도체 업황을 두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경영 일선의 이 부회장은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듯 신축년(辛丑年) 벽두부터 전국을 돌며 사업 현안을 챙기는 모습이다.
시스템반도체, 스마트폰, 인공지능(AI), 6G 등 미래 기술 선점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결연함이 드러난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새해 첫 근무일인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평택캠퍼스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1월 12일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삼성전자] 2020.11.12 sjh@newspim.com |
평택 2공장은 D램,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으로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한 데 이어, 올해에는 파운드리 생산을 위한 설비반입에 나섰다. 현재 평택 3공장(P3)라인은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평택 2라인 구축·운영 현황 ▲반도체 투자·채용 현황 ▲협력회사와의 공동 추진과제 등을 보고받고, 초미세 반도체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전용라인을 점검한 후 평택 3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2년 연속으로 반도체에서 첫 현장경영을 시작한 이 부회장은 "건강한 생태계로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튿날인 5일에는 경기도 수원사업장을 찾아 네트워크장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글로벌기술센터(GTC)에서 생산기술 혁신 회의를 주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G 장비 수주 계약을 맺은데 이어 6세대 이동통신에서도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는 사흘째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6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에서 진행한 세트부문 사장단 회의에 참석, "미래기술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며 "선두기업으로서 몇십배, 몇백배 책임감을 갖자"고 강조했다.
이날 찾은 삼성리서치는 산하에 ▲글로벌 AI센터 ▲차세대통신 연구센터 ▲소프트웨어혁신센터 등을 두고 있으며 미래 유망 분야의 선행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찾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2021.01.04 sjh@newspim.com |
AI 분야에서는 AI를 접목한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기능 혁신을 준비하고 있으며 차세대통신 분야에서는 6G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 등이 이뤄지고 있다.
예년에는 주로 해외를 돌며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미팅에 주력했던 이 부회장이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정농단 재판 일정으로 발이 묶이면서 이 부회장은 국내 사업현장 점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의 별세 이후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나음)'에 대한 재계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 부회장이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 역시 최근 국정농단 재판 최후진술을 통해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최근 인텔의 몰락이 상징하듯 글로벌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운드리 경쟁업체인 TSMC의 고속질주도 삼성 입장에선 속이 쓰린 대목이다.
삼성이 과연 시스템반도체 1위를 거머쥐며 '반도체비전2030'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를 달성, 반도체비전2030 달성하는 것이 이 부회장의 지상 과제"라며 "10년 후를 보고 6G와 시스템반도체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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