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성폭행한 전직 시장 비서가 1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피해자는 선고 직후 "사법정의를 실현시켜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모(40) 씨에게 징역 3년6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정 씨는 이날 선고로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경찰 채취 결과물에 피해자 DNA만 검출되고 정액이 검출이 안 됐으나, 피해자가 깬 후 30분 동안 사워를 했고 유전자 감정 의뢰가 범행 발생 후 며칠 뒤에 이뤄진 사정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도 준강간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모씨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피해 여성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동일인으로 알려졌다. 2020.10.22 dlsgur9757@newspim.com |
또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자신의 범행에 의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고(故)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은 근본적 원인은 이 사건"이라고 판결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5월 1일 정신과에 처음 내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것은 같은 달 15일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인 5월 4일경 작성된 심리평가 보고서에는 오랫동안 신뢰했던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나 수치감, 억울함, 사회적 관계에 스스로 과민하게 반응하고 위축되어 있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PTSD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근무한 지 1년 반 이후부터 박 시장이 야한 문자나 속옷 차림의 사진을 보냈고 성관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는 여러 진술들이 있었다"며 "이런 진술을 비춰볼 때 피해자가 박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은 근본적 원인은 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해 상해를 입힌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직장 동료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2차 피해가 상당하고 피해자가 사회 복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2020.07.13 dlsgur9757@newspim.com |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4월 14일 술에 만취한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정 씨는 사건 직후 직위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 측은 재판에서 추행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으나, 직접적인 간음이 없었고 피해자의 PTSD 장애가 자신의 범행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판결 선고 직후 피해자 A씨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재판부가 두 사람만이 있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인 성폭력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내려주셨다"고 평했다.
이어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 사건과 관련해 고소를 했지만 법적으로 피해를 호소할 기회를 잃게 됐는데,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일정 부분 판단을 해주셨다는 게 피해자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 판결, 실형 선고, 법정 구속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시켜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는 피해자의 입장을 전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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