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강창일 신임 주일 한국대사가 17일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며 "양국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힘차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지금은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과거에도 역사 갈등으로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하며 잘 극복해왔는데, 지금은 역사갈등에서 경제·안보 분야까지 전선이 확대돼 버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강창일 신임 주일 한국대사 kilroy023@newspim.com |
강 대사는 "최근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둘러싸고 적잖은 갈등을 겪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역사 문제가 경제 문제와 뒤엉키면 한일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무려 2000년 가까운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교류·협력하며 같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 "경제와 안보 협력,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 강화, 코로나19 공동대응,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저출산 인구감소 지역균형발전 문제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제는 역사갈등 문제를 서로 머리를 맞대서 진지하게 논의해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공생, 공영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의 프로젝트를 힘차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강 대사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일본과의 갈등을 풀어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에 '1+1+α(한국기업+일본기업+민간기금)'의 문희상안(案) 등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대법원이 2018년 11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일본 측이 반발한 데 대한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제시한 절충안들을 모두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강 대사는 "현재 전문가 등으로부터 제시된 12가지 안이 있다. 이 중에 서로 명분과 원칙을 지켜가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정부가 의지와 지혜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께 임명장을 받으면서 (한일관계 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대통령께서는 나에게 '한일관계 정상화, 양국협력체제 강화를 위해 애써 달라'고 당부하셨다. 일본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도 하셨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다"고 전했다.
아울러 "부임하게 되면 일본 지도자들, 언론사, 경제인들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대화를 할 것 같다"며 "스가 총리, 일본 여야 의원들도 만나게 되니까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를 말씀드릴 것이다. '같이 풀어나가자' 이런 식의 말씀을 (스가 총리에게)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한국 정부가 최근 이뤄진 위안부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을 압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실제로 압류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시간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압류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압류되지 않는다. 방법은 많다. 그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 후 문재인 대통령과 강창일 신임 주일 한국대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 "스가 총리, 남관표 대사 접견 거부는 외교적 결례"·"지소미아, 美 때문에 졸속으로 이뤄져"
강 대사는 이날 한일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정부나 일본 측에서 제기된 주장을 분명하게 반박하며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도 했다.
강 대사는 "일본에서는 '1965년 한일협정 체제를 깬 것이 아니냐',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한일협정 체제는 계속 유효하고 엄중히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일각에서 한일관계를 깨고 싶어서 부정하고, 강변하는 것 같지만 (정부는) 존중하고 있다. 한일협정 체제가 깨지면 한일관계가 완전히 깨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 혹자들이 화해·치유재단(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치유를 위해 2016년 7월 28일 설립된 여성가족부 소관 재단법인. 2018년 11월 해산)이 해산된 것을 두고 '한국 정부가 (2015년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하는데, 이것도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대사는 "합의에는 '최종적', '불가역적'이란 용어가 있고 정부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한 번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재단 해산은 이사장 등 재단 인사들이 사표를 내서 저절로 없어진 것이다. 합의금 100억 중 몇십억원은 은행에 보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회적으로 스가 총리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가 남관표 전 주일대사의 이임 접견을 거부한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나도 좀 그런 생각이 든다"며 "개인적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왜 인사를 만나서 못 했는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은 그저께 주미 일본대사로 가는 도미타 고지 대사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양국간 체결된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미국에 의해 졸속으로 체결됐다'는 발언도 했다. "지소미아는 미국의 강한 의도에 따라 졸속으로 이뤄진 것인데 우리가 수용을 했다"고 말한 것. 또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양국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않고 일본의 편을 많이 들었다고도 했다.
다만 강 대사는 "바이든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를 잘 알고 계신 분이라, 일본에 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미일 삼각공조 하에서 (미국이) 한일간 화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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