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총수 부재 우려에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출렁이면서 향후 주가 방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총수 구속에 따른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삼성의 경영 시스템과 반도체 업황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 이슈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000원, 3.41% 내린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장 이후 줄곧 약세를 이어가다 오후 2시 30분이 되어갈 쯤 이 부회장 실형 선고 및 법정 구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4%대 급락세를 보이며 8만41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재판장)는 이날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이 부회장이 약 1년간 수감 생활을 했기에 현재로선 약 1년 반 정도 수감 생활을 더 해야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일구 사진기자] |
총수 부재 우려에 주가가 흔들렸지만, 증권가에선 우상향 추세가 꺾일 만큼의 이슈는 아니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안타깝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빠진 것 같다"며 "그러나 삼성이란 그룹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다. 오늘 하루 이벤트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홍성원 DB자산운용 부장은 "마찰적 이벤트로 끝날 것 같다"면서 "삼성 같이 큰 회사는 어차피 시스템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삼성전자나 코스피가 빠지 것은 이 부회장 이슈도 있지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가 약달러보다는 강달러를 선호할 거란 얘기에다 금리도 조금 오른 게 영향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날 코스피는 3013.93으로 마감, 전 거래일보다 71.97포인트(2.33%) 내렸다.
그간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등 숨고르기 국면과 맞닥뜨린 영향도 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특히,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과열 양상이 분명 있었고, 외국인은 연말부터 이익 실현을 해 왔다"며 "그런 게 오늘 이슈와 겹쳐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가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증시의 추세를 돌려세울 만한 악재는 아니라고 봤다. 반도체 업황이 괜찮은 상황에서 오히려 이번 이슈로 인한 조정이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동현 트러스톤자산운용 매니저는 "확률적으로 대주주 관련해 이런 판결이 났을 때 심리상 주식 관점에선 저점이었다"며 "그간 삼성전자가 많이 올라 부담스런 부분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늘 삼성전자가 빠지면서 SK하이닉스가 올랐다. 업황은 괜찮다는 것"이라며 "삼성이 총수 부재로 투자를 공격적으로 못 할 거란 우려가 생긴 건데, 이건 단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 부회장 선고 즈음부터 상승 반전, 전날 대비 2500원(1.96%) 오른 13만 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김승현 센터장은 "과거 이런 이슈가 발생했을 때를 봐도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니었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면서 "이것이 추세를 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노근창 센터장은 한발 나아가 "큰 그림에서 매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외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삼성물산이 6.84% 하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생명(-4.96%)과 삼성SDI(-4.21%), 삼성에스디에스(-3.19%), 삼성중공업(-2.74%), 삼성화재(-2.42%), 삼성증권(-2.29%), 삼성전기(-1.99%), 삼성바이오로직스(-1.99%), 삼성카드(-1.53%) 그리고 제일기획(-1.72%) 등도 하락했다.
다만, 호텔신라는 이 부회장 구속 소식에 7%대 급등세를 보이며 9만900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내 하락 반전하며 전 거래일 대비 1.41% 내린 8만3700원에 마감했다.
홍성원 부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리더십을 잡을 것 같다고 (주가가) 올랐는데, (결국) 그건 아닐 것 같다"면서 "마찰적 이슈로 끝날 걸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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