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중 갈등이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다자간 무역동맹인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가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미국의 견제로 중국에서 벗어나고 있는 외국인 자본이 한국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적용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시장을 노리는 외국인 자본들이 한국에 거점을 두고 대중국 수출을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중국 비중 감소와 아세안 국가 등의 비중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 "바이든, 중국 견제 이어갈 것…동아시아 탈중국화 가속"
보고서는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이 ▲다자주의와 국제규범 준수 ▲무역협정에서 노동·환경기준 강화 ▲미국 중심의 GVC 강화 ▲대중국 강경노선 지속 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자간 무역과 국제규범 준수를 통한 자유무역을 지향하고 있지만 동시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강조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중심의 GVC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보고서는 이 같은 변화가 동아시아 GVC에서 중국의 비중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전자제품 수입을 줄인다면 중국에 진출한 해외 전자기업의 탈중국화가 가속화될 수 있고, 이는 중국이 수출보다는 내수에 집중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CPTPP의 중요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다자간 무역이지만 중국이 제외돼 있어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다.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 CPTPP의 전신인 TPP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특히 CPTPP에서 도입하고 있는 '누적원산지 제도'는 회원국 간 거래를 활성화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누적원산지 제도란 회원국에서 생산된 어떤 중간재도 역내 생산품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를 집필한 송영관 연구위원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의 비중이 떨어지게 되면 한국도 중간재 수출 감소의 우려가 있어 다른 소비처를 찾아야 한다"며 "CPTPP는 또 다른 소비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CPTPP, 빨리 가입할수록 좋아…중국보다는 먼저 가입해야"
보고서는 CPTPP에 가입하지 않아 지불하게 될 관세비용과 수출감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가입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CPTPP 가입협상을 시작하게 되면 세부 조항을 두고 협상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중국보다는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최종 타결됐음을 확인하고 서명한 후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2020.11.15 [사진=청와대] |
송 위원은 "우리는 회원국 중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와 FTA협상을 다 한 상황이고 일본하고도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서 관세협정을 했기 때문에 가입 여건은 좋다"며 "대만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규모가 큰)우리나라가 들어가는 게 CPTPP 회원국 입장에서도 중요해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개 우리나라의 가입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우려하는 것은 중국과 우리가 같은 그룹에 속한 상태로 CPTPP 가입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CPTPP 규범에는 중국이 수용하기 힘든 조항이 많아 중국의 가입협상이 시작되면 협상이 장기간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CPTPP에서 배제돼 발생하는 수출의 감소 비용을 고려할 때 한국이 최소한 중국보다는 먼저 CPTPP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로 중국을 벗어나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국내에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한중 FTA의 무관세 부여 시점을 앞당기는 것을 제안했다. 한중 FTA의 경우 발효 시점이 10년을 넘어야 무관세가 적용되거나 계속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품목이 전체의 21%를 차지해 한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을 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송 위원은 "무관세 부여 시점을 앞당기는 경우 중국으로의 수출 기회를 단기적으로 확대시켜 현재 탈중국 유인이 존재하는 FDI를 한국에 유치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이를 통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주요국의 FDI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한 매우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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