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홍근진 기자 = 세종시는 지난 2018년 12월 28일 연기면 연기리·보통리 일원 77만4905㎡(약 23만평)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 공고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토지거래를 허가받도록 묶었다.
시가 이 지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은 이유는 신도시 외곽순환도로 선형 개선 부지 확보 사업을 원활히 추진케하고 연기비행장 이전에 따른 개발에 대비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데 있었다.
그런데 이 정책에 대해 "과도하게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정책결정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행장 이전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종시가 지난 2018년 12월 28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 고시(붉은색)한 연기면 연기리와 보통리 일대 23만여평.[세종=세종시] 2021.01.20 goongeen@newspim.com |
당시 세종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을 최종 의결했다. 허가를 받지 않고 토지를 취득하면 벌금에 처해지기도 했다. 일정기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등이 부과됐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할때 시민들은 연기비행장은 이전하면 그만인데 왜 비행장 구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23만평이나 되는 넓은 지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에 신도시 외곽순환도로가 건설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은 시가 촛점을 흐리는 엉뚱한 이유를 들어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한 것을 두고 과도한 행정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곳은 행정도시 계획 수립 당시 연기비행장 고도제한구역, 농업진흥구역, 연기천 등 법적 보호구역과 지형 및 지세를 고려해 경계를 설정하느라 외곽순환도로가 직선으로 연결하지 못하게 돼 있었다.
세종시가 추진했던 신도시 도로계획(아래)과 지난 2018년 12월 28일 지정 고시한 연기면 토지거래 허가구역(위) 지도.[세종=뉴스핌DB] 2021.01.20 goongeen@newspim.com |
세종시와 행복청 등은 신도시 외곽순환도로 직선화를 위해 뒤늦게 연기비행장 이전 사업을 추진했고 그 자리를 포함해 외곽순환도로가 지나는 곳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행복청과 국토부는 지난 7일 신도시 외곽순환도로 북측 구간 차량주행 안전성 향상 등을 위해 선형개선을 추진한다며 연기면 보통리 남측에 위치한 농지 약 9만8000㎡(약 3만평)를 편입한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이 지역 일대 77만4905㎡(약 23만평)를 3년 동안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어 놓고 외곽순환도로 선형개선을 위해 고작 9만8000㎡(약 3만평)를 행복도시 예정지역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지난 2018년 12월 28일 시는 이 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 때 외곽순환도로 선형개선 이외에 연기비행장 이전을 이유로 들었는데 시민들은 이를 두고도 기만당했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7일 행복청이 편입한 9만8000㎡ 위치도.[사진=뉴스핌DB] goongeen@newspim.com |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당시 세종시 계획은 독자적인 것으로 이해한다"며 "편입 최소화를 위해 기술적으로는 3만평 정도만 있어도 선형개선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세종시에서 23만평 정도 편입을 건의했지만 외곽순환도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선형개선에는 과도하다는 판단에서 편입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에 "국토부가 당초 세종시 계획 보다 면적이 많이 늘어나는 것과 최근 지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연기면 일대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은 정책 실패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최종 책임은 누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최고 책임자는 시장"이라고 대답했다.
세종시 연기면 외곽순환도로 선형개선 방안.[사진=뉴스핌DB] goongeen@newspim.com |
2018년 12월 20일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국회 미래안보포럼 주최로 열린 비행장사업 관련 토론회에서는 이 사업이 읍·면지역 상생발전을 저해하고 주민의사를 왜곡해 추진됐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행정수도 기능 강화와 미래도시 확장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비행장 사업을 재검토하고 단계적 접근을 통해 조치원비행장 전체를 폐쇄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세종시와 행복청, 국토부는 일부 주민을 상대로 설명회 등을 실시했다며 23만평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했다가 쥐꼬리 만큼 수용하고 시민들이 원치 않는 비행장 재배치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연기면에 사는 주민 A씨는 "도대체 왜 행정이 시민들의 사유재산권을 함부로 제한하고 자의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는지 모르겠다"며 "실패해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이런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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