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정리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MC사업부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가장 몸값이 높은 것은 LG전자 미국 스마트폰 사업으로 베트남 빈 그룹이 인수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은 LG전자 북미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 받아 미국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빈스마트 스마트폰 출시 기념식.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 LG전자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MC사업부 매각을 통째로 매각하기 어려워 분할 매각을 검토 중"이라며 "베트남 빈 그룹과 미국 사업 매각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빈그룹의 시가총액은 165억달러(약 19조원)로 베트남 상장사 전체 시총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베트남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1993년 우크라이나 라면회사로 시작한 빈그룹은 2001년 베트남 남부 휴양지인 'Nha Trang'에 리조트를 건설하며 본격적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2년 호텔 관광 부문과 부동산 개발 부문이 합쳐져 빈그룹이 됐다. 현재는 유통·건설·자동차·핸드폰까지 사업을 다각화 중이며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목표를 최전방에서 수행 중인 국가대표 기업이다.
2017년에는 자동차 제조업체 '빈패스트'를 설립했고 2018년에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빈스마트를 세우고 그해 말 처음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LG전자와는 3년 전부터 ODM 사업을 공동으로 영위하며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했다.
아직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베트남 시장에선 애플 아이폰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3위까지 올라섰다.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중국 오포다.
빈그룹은 LG전자의 첨단 기술력과 제조 노하우, 영업망, 브랜드 밸류 등을 품을 경우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나 유럽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LG전자이지만 북미 시장에선 꾸준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2.9%다.
빈그룹과의 거래가 성사될 경우 LG전자 미국 법인에 소속된 스마트폰 영업망과 AS센터, R&D 센터 인력, 중남미 생산공장 등이 주요 거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만, 베트남에 위치한 LG전자 스마트폰 공장은 인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2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탓에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 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업 축소나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LG전자도 구광모 회장의 지시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통째 매각'은 쉽지 않다고 판단, 분할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최근 매각설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권 사장은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또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선 관계자는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인력은 다른 사업부서나 계열사로 전환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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