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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스테이' 中 불법유통, '포맷' 복제 우려…"표현 도용시 법적 보호 필요"

기사등록 : 2021-01-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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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동영상 공유사이트 빌리빌리 '윤스테이' 등장…네티즌 불법 복제 우려
포맷은 아이디어로 분류, 법적 보호 취약…표현 저작물로 보호 필요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나영석PD가 최근 tvN '윤스테이'를 내놓자마자 중국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벌써 현지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프로그램이 버젓이 올라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서 중국 방송사가 나PD의 예능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와 '윤식당' 등의 포맷을 표절한 바 있어 '윤스테이'도 도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8일 전파를 탄 '윤스테이'는 한국에 1년 미만 거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옥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사태로 '윤식당' 촬영이 어려워지자 제작진은 한옥 호텔을 운영하고 손님을 맞는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앞서 '윤식당'에 참여한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과 함께 최우식이 새롭게 투입됐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한식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소소하게 담기고 나영석PD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 안에서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힐링 요소로 곳곳에 배치되면서 첫 방송 시청률은 8.2%를 기록, 연이어 10%를 넘기며 순항중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윤스테이' 메인 포스터 [사진=tvN] 2021.01.19 alice09@newspim.com

이러한 관심 속에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인 빌리빌리에는 나영석의 예능을 기다렸다는 듯 '윤스테이'가 버젓이 게시됐다. 중국 네티즌들은 나영석 예능에 대한 애정과 호응을 표하면서도 중국 방송이 또 표절할 것이라는 우려도 비쳤다. 일부 네티즌은 "국내 예능에서 벌써 베끼고 있을 거다. 나PD에게 법적으로 저작권료 주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어떻게 문화를 수출하는지 배워야 한다" 등의 일침을 가했다.

나영석PD는 4년 전 '윤식당'과 '삼시세끼'를 표절한 중국 방송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PD는 "같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직까지 중국의 프로그램을 직접 본게 아니라 표절이라고는 못하겠다. 기사는 봤지만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만약, 저희 프로그램을 따라 만든 거라면 기분이 좋진 않을 거다"라고 언급했다. 당시 후난TV에서는 '삼시세끼'를 표절한 '향왕적생활'을, 또 후난위성TV에서는 '윤식당'과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인 '중찬팅'이 방영되던 시점이었다.

이어 나영석PD는 "저희 프로그램 포맷이 많이 비싸진 않다. 포맷을 구매하면 디테일한 부분도 가이드하고 알려드릴 것"이라며 "구매하면 나쁘지 않은데, 사실 베끼는 게 더 힘들다. 잘 모르는데 물어보기도 그렇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가능하면 비싸지 않으니까 정품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한한령으로 경직된 상황이라 정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눈치가 보이는 상황일 것"이라며 "양국의 관계가 풀린다면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중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 빌리빌리에 게재된 '윤스테이' 영상 캡처 2021.01.21 89hklee@newspim.com

나PD 작품 외에도 중국 방송에서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불법으로 도용해 제작한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한국 예능 프로그램 포맷은 20차례 무단 표절 등 권리 침해를 당했다. 이 중 19건이 중국에서 발생한 사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침해 사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한국 예능 18편이 스무 차례 표절 혹은 도용 당했다. 방송사별로 보면 SBS가 7건, Mnet이 4건, JTBC와 tvN이 각각 3건, KBS가 2건, MBC가 1건이다.

현재로서는 포맷 도용과 관련한 법적 보상이 취약한 현실이며 업계서는 포맷이 재산권이기 때문에 도용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도는 없다. 방송 포맷은 아이디어 영역으로 분류돼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도 적고, 들이는 시간과 돈에 비해 실익이 없다. 포맷 침해인지, 아이디어 표현의 차이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포맷 도용 침해 문제와 관련해 포맷산업협의회가 국제협회 프라파(FRAPA)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효력은 없다. 프라파에 포맷 등록을 하게 되면 법적 다툼 시 아이디어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배진아 국립공주대학교 예술대학 영상학과 교수는 국제간 포맷 도용 문제를 해결할 만한 법적 판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진아 교수는 "중국에서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도용하는 수준은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표현까지 포함된다"며 "이는 저작권 보호 범주에도 포함되지만 국제 간 소송에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봐도 아이디어와 표현까지 모방한 사례라면, 법적인 판례가 필요하다. 아울러 법적 보호를 위한 노력도 따라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배 교수는 "판권을 사는 것은 아이디어를 사는게 아니라 프로그램의 명성과 브랜드를 같이 구매하는 것"이라며 "해외에 구매할 만한 상품 가치를 더욱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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