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정의당이 창당 9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당의 대표인 김종철 전 대표가 같은 당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당의 충격은 컸다. 김 전 대표는 고(故) 노회찬·심상정으로 대표되던 당의 간판 교체의 선두주자였다. 당내 민중민주계로 당의 주류가 아니었음에도 진보 개혁을 기치로 지난 10월 당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끝에 당 대표로 당선됐다.
3개월 동안 정의당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최우선적 정책 과제로 삼은 김 대표는 강은미 원내대표와 산업재해 유가족인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등과 단식 투쟁을 이끌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사퇴한 가운데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2021.01.25 leehs@newspim.com |
누더기 입법이라는 비판도 들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 사이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발시킨 힘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진 김 전 대표의 성추행 퇴진 소식은 당원들에게 더욱 허탈함을 키웠다. 당원 게시판과 당 페이스북에서는 당원들의 분노 어린 글들이 쉽게 보였다. 당 해체를 요구하는 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의당은 일단 25일 김종철 전 대표를 직위해제하고 중앙당기위원회 징계에 회부했다. 당 대표 유고시 최다득표 최고위원이 직무 대행을 맡는다는 당헌에 따라 당 대표 권한대행은 김윤기 부대표가 맡게 됐다.
이후 정의당은 당 대표 보궐선거를 통해 후임 당 대표를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향후 당 대표 보궐선거는 당 의결기구를 통해 논의, 의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4·7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4·7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정당의 성추행 사건을 비판하며 차별성을 드러낼 기회조차 상실된 상황에서 현재의 지도부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호진 대변인은 비대위 구성에 대해 "잔여 임기가 상당히 많이 남았기 때문에 대표 보궐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임 단체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발생한 4·7 재보선에서 성 비위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종철 전 대표 문제로 정의당은 상당한 도덕적 상처를 입었으며, 이는 범여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의사라고 하지만 당에서 "명백한 성추행으로 재고의 여지도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당 징계에만 그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4·7 재보선을 불과 70여일 앞두고 터진 도덕적 상처를 정의당이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