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시가 공공재건축 성과를 내기 위해 제도 '손질'에 나섰다. 공공재건축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및 구체화 방안을 찾아나선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공재건축이 활성화되려면 기부채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의 '규제 3종세트' 중 하나라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0.09.11 pangbin@newspim.com |
◆ 공공재건축 세대수 증가범위 설정…개발이익 환수비율도 구체화
4일 서울시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는 '공공성 강화 및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재건축사업 연구 용역'을 지난달 30일 공고했다. 이번 용역 공고는 공공재건축으로 집값이 오르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개발이익 환수, 공공주택 공급확대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도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공재건축 조례(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 및 제도개선 등 제도 정비방안 마련 ▲재건축사업 시장 공약사항과 정부 주택정책 등 대응 및 실행방안 마련이다.
우선 시는 공공재건축으로 증가하는 세대수 범위를 설정할 예정이다. 예컨대 공공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세대수 범위를 종전 세대수의 1.6~2.4배로 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공공재건축의 개발이익 환수비율 범위도 구체화한다. 주택증가 규모, 정비구역 재정적 여건을 고려해서다. 현재는 증가하는 용적률의 50~70% 범위 내에서 개발이익 환수비율을 조례로 정하게끔 돼 있다. 이번 용역으로 개발이익 환수의 적정 비율이 얼마인지를 산출한다.
개발이익 환수 수단으로는 공공주택,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제공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공주택(임대 및 분양주택)의 땅값(지가), 지역, 규모에 따라서 적정 임대 및 분양 비율이 얼마인지 도출한다.
공공주택(임대 및 분양주택)의 구체적 공급방식(공급비율 포함)도 정한다. 정비구역의 지정·변경 및 정비계획 결정·변경을 위한 도시계획위원회 분과위원회 심의기준(필요할 경우)도 검토 사항이다.
사업시행인가 관련 사항을 통합해서 검토 및 심의하기 위한 통합심의 기준도 마련한다. 건축심의, 경관심의, 교육환경평가, 도시·군관리계획,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밖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하는 사항에 대해서 검토한다.
또한 공공재건축 관련 정부 주택정책 등 실행방안도 마련한다. 공공재건축에 따른 용도지역 상향, 층수 완화, 개발이익 환수방법 및 비율 등에 대해 기존 제도 및 상위 관련계획을 조사, 분석하는 것이다. 공공재건축 대상지 현황과 주택공급량, 개발이익 환수량, 사업성 분석, 각종 재건축 부담금 적용결과도 들여다본다.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는 단지가 많아지도록 관계법령 등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공공재건축이 주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하기 위한 대책도 수립한다.
◆ 은마 등 인기단지 '싸늘'…"기부채납·재초환·분상제 등 완화해야"
시가 이번 용역을 공고한 것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5일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단지 7곳의 분석 결과를 발표한지 약 2주 만이다.
컨설팅에 참여한 단지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차아파트 ▲중랑구 망우동 망우1구역 ▲광진구 중곡동 중곡아파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13구역 ▲관악구 신림동 건영아파트 ▲용산구 이촌동 강변·강서아파트 등 총 7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2.03 sungsoo@newspim.com |
사전컨설팅 결과는 조합이 이후 심층 컨설팅을 거쳐 공공재건축 참여를 결정하는데 기초 판단 자료로 활용된다. 만일 조합이 사전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공재건축은 무산된다.
다만 공공재건축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공공재건축으로 용적률 인상 등 혜택을 받아도 기부채납을 비롯한 여러 규제로 오히려 일반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재건축을 하면 기부채납용 물량(임대아파트)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조합원들의 토지지분이 줄어 전체 조합이익이 감소한다. 또한 임대아파트 물량만큼 전체 세대수가 늘면 전체 공사비용도 증가하고 공기도 연장된다.
주거환경도 기존보다 악화된다. 같은 면적의 대지에 아파트 세대수를 2배로 늘리려면 그만큼 조경면적을 줄여야 한다. 입주민이 늘어난만큼 지하주차장과 커뮤니티시설도 더 만들어야 한다. 기존 조합원들로서는 높아진 인구밀도 때문에 주거의 질이 하락하는 것이다.
만약 주거 쾌적성을 위해 조경면적,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을 기존대로 유지한다면 아파트 층수를 많이 올려야 한다. 이 경우 공사비가 더 크게 늘어나고 공기도 연장된다는 문제가 있다.
높아진 공사비를 충당하려면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로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아파트 수가 많으면 단지에 고급화 이미지를 적용할 수 없어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로 재건축 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크다. 입지가 좋은 사업지일수록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유인이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받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공공재건축 방식으로 진행하면 조합원 1인당 11억원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강남에서 유일하게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신반포19차도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합원들은 임대주택 비율이 늘어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2.03 sungsoo@newspim.com |
공공재건축의 기부채납 비율은 최대 70%다. 예컨대 원래 용적률 250%면서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 가구 수가 1000가구인 단지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면 용적률 500%를 적용받아 가구 수가 100가구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 중 최대 700가구는 기부채납해야 한다. 절반은 임대주택이다.
신반포19차는 공공재건축에서 제시된 용적률이 400%로 기존보다 130% 정도 늘어난 수치다. 단지 규모가 242가구로 크지 않지만 공공재건축을 조합원이 단독으로 진행할 때와 비교하면 임대주택이 30~40가구로 늘어난다.
김성진 신반포19차 재건축 조합장은 "사업성 검토를 위해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에 참여했는데 높은 임대주택 비율이나 재초환 탓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며 "현재는 공공재건축보다는 주변 단지와의 통합 재건축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의 활용도가 높아지려면 정부가 기부채납, 재초환, 분상제의 '규제 3종세트' 중 하나라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의도, 반포, 강남처럼 인기 있는 사업장은 아파트의 '고급화' 이미지를 내세워 분양가를 높이는 게 유리하다"며 "향후 아파트 가치상승을 위해서라도 임대아파트 증가를 꺼리는 만큼 공공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제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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