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여야 할 자본시장 정책들이 잇따라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는 결국 또 한차례 연기됐다. 금융위는 지난 달까지만 하더라도 '3월 재개에 번복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임시회의'까지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압박을 이어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공매도 금지는 작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증시 타격을 줄이고자 도입됐다. 당초 6개월 임시로 예고됐지만 재개 시점이 임박할 때마다 시장 안팎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장돼 왔다.
3월 종료를 앞두고 여당 의원들이 제도적 보완 등의 이유를 내세워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도 "제도 개선 등의 선행조치를 하지 않으면 공매도 재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영원히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4월 선거를 앞두고 표심 이탈을 우려한 여권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경제 정책이 결정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매도 정책 논란은 오랜기간 뜨거운 감자였다. 핵심 이슈는 '기울어진 운동장'.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대주매도'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종목이나 수량 등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은 합리적이다.
공매도를 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국인이나 기관과 같은 방식으로 제한없이 모두 열어달라는 것과 원천적으로 공매도 자체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된다면 합리적이다. 물론 공매도로 인한 많은 투자 실패도 예상되지만, 이는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후자의 방법은 상당히 후진적인 시스템이다. 선진 시장에서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제도적으로 공매도가 갖는 순기능이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합리적인 가격 발견' 기능이다. 어떤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이유없이, 어떤 세력의 의도로, 인위적으로 높아졌을 때 공매도는 이를 합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일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작전'은 대부분 세력이 대주주와 짜고 대주주 지분을 안나오게 묶어두고, 유통물량을 장악한 뒤 주가를 올리는 것이다. 물량을 95% 이상 장악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주식은 거의 무한정 올릴 수 있다. 역사적으로 작전주들은 대부분 이런 작업을 해왔다. 공매도 방법이 없는 투자자산일 경우 유통물량 확보 여부에 따라 이런 현상도 가능하다.
이론상 손실의 확장성은 공매도 포지션이 훨씬 크다. 매수 포지션의 최대 손실은 '갖고 있는 것'이지만 공매도한 주식이 계속 상승한다면 손실은 무한대로 커진다. 물론 이렇게 허술한 시스템은 없다. 대부분 공매도를 오픈해 놓은 시스템에선 청산 가격이 오면 자산이 0에 수렴하면서 게임은 끝나게 된다. 끝내기 싫다면 증거금을 계속 더 넣어야 한다. 레버리지 매수 포지션에서 주가가 급락할 때 반대매매로 자산이 대부분 털리는 경우와 같다고 보면 된다. 사석에서 만난 한 정부 관계자는 "공매도를 개인투자자들에게 똑같이 오픈했다가, 파산하는 개인들이 많이 나타나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 그땐 또 '왜 안막았냐'고 난리들 칠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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