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 A씨는 지난 2017년 입사 이후 3개월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다. A씨는 "교육 당시 예상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업무 범위에 놀랐다"며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때 민원인들의 전화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데 교육 기간이 짧아 도저히 모두 숙지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입사 이후 목과 어깨가 아프고 손목이 시큰거렸고, 무엇보다 3개월 조금 지난 무렵부터는 전에 없던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다"며 "화가 난 상태에서 전화를 하는 민원인, 또 다친 마음을 회복할 새도 없이 친절한 음성으로 바로 다음 전화를 받아야 하는 현실로 마음의 병이 생겨 몸이 아팠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상담사의 85%가 민원인의 폭언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
8일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8월 26일부터 31일까지 6일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7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677명)가 우울증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 또는 업무로 인해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강요받는 경험을 한 상담사는 93%(740명)으로 집계됐다. 또 고객에게 인격 무시 발언을 들었다는 응답은 87.2%(694명), 욕설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81%(644명)이었다.
아울러 답변자의 99.4%(791명)가 적어도 한 부위 이상의 신체 부위에서 근골격계질환과 관련한 자각 증상과 통증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부위별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어깨부위에 가장 많은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미 많은 수의 상담사들이 정밀한 진단이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며 "10명 중 9명은 고객 응대의 과부하와 갈등, 조직 감시 및 모니터링의 위험군에 속해 있을 정도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의 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고객센터의 전반적인 운영 및 평가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또 감정노동에 따른 우울증, 직무소진과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전수조사와 질환자들에 대한 치료 및 상담을 지원하고, 공식적인 보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