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독일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가 본격적인 요기요 매각 절차에 착수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DH 측에 요기요 매각 명령서를 전달하면서다.
다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대기업과 사모투자펀드(PEF)들이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흥행 여부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검찰에 불공정거래 혐의로 기소된 것도 매각엔 걸림돌이다. 이러한 불안 요소들로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공정위가 정한 매각 기한인 연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가 운영하는 요기요 홈페이지 캡처. [사진=DHK 홈페이지] 2021.02.08 nrd8120@newspim.com |
◆공정위, DH에 '합병 조건부 승인' 의결서 전달...8월 3일까지 매각해야
15일 DH·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DH 측에 지난 3일 우아한형제들과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는 최종 의결서를 전달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말 DH에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우형)을 인수하기 위해선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를 팔라고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DH는 2019년 12월 배달 업계 1위 사업자인 우형 지분 88%를 40억 달러(약4조38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공정위가 의결서 수령 후 6개월 이내를 매각 마감시한으로 정한 만큼 DH 측은 오는 8월 3일까지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최대 6개월 범위 내에서 기간 연장을 할 수 있다. 다만 공정위가 납득할 만한 매각 지연사유를 입증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DH가 해당 기간 내 요기요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초과 일수 하루당 배민을 인수한 금액(40억 달러)의 0.03% 이하에 해당하는 돈을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도 DH로서는 부담이다. 올 8월 중 원매수자를 찾아 매각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DH, 요기요 매각 속도낼 듯...높은 매각가·검찰 기소도 '장애물'
DH 측은 공정위의 의결서를 받은 만큼 올 1분기 안에 우형 인수절차를 마무리 짓고 요기요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H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협상 대상자 물색을 위한 접촉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다.모건스탠리는 조만간 잠수인수 후보자에 투자안내서를 발송하고 본격적인 인수자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완료까지는 장애물이 많다. 우선 높은 매각가로 인해 당초 예상과 다르게 시장에서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해 연말 공정위 발표 직후 요기요가 배달 앱 업계 2위라는 점에서 흥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요기요를 인수하면 단숨에 2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당초 2조원대로 관측된 요기요 예상 매각가격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는 요기요의 기업가치는 배민의 절반으로 추정했다. 배민이 4조3000억원대에 거래된 점을 감안할 때 요기요의 기업가치는 2조원에서 2조4000억원대까지로 점쳐졌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해 배달앱시장 점유율 현황. 2021.02.08 nrd8120@newspim.com |
몸값이 높게 형성되면서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됐던 롯데·신세계·쿠팡 등 유통 업체를 비롯해 네이버·카카오 등 IT 업체까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은 유통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2조원대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그리 많지 않다"며 "네이버·카카오 등 IT 업체의 경우 자금 여력은 충분하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 소상공인과 직접 거래하는 것에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인수전에 뛰어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사모펀드와 재무적 투자자(SI)도 선뜻 나서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확실한 투자금 회수가 인수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이 흥행 부진이 예상되면서 요기요의 기업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진 1조원을 밑돌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업체들 중심으로 협상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투자처로서 매력이 떨어지면서 매각가는 1조원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걸림돌은 더 있다. 지난 달 27일 검찰이 요기요 운영사인 DHK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매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혐의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최저보상제를 강요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이는 매각 과정에서 불안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이 보통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매수자가 갑질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갑질은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도덕적 타격은 물론, 심하면 고객 이탈까지 불러올 수 있다. 이럴 경우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갑질 이슈는 업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는데 특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배달 앱 업체에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며 "기존 이용자들의 이탈로까지 이어지게 되면 연내 매각 딜을 완수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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