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한진칼과 갈등을 키웠던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주주제안을 하지 않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반면 한진그룹 내 또 다른 계열사인 ㈜한진이 새로운 분쟁에 휘말리면서 그룹 내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 [사진=각사] |
◆ 3자연합, 산은 주주제안 사실상 수용…㈜한진 2대주주는 조현민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 반대
22일 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은 오는 3월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보내지 않았다. 주총 6주 전까지 제출하도록 돼 있는 주주제한 마감일은 지난 12일이었다.
3자연합은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으로 한진칼 내 지분 경쟁에서 불리해지자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이 과거 3자연합이 제시했던 대부분을 반영한 주주제안을 낸 것 또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산은은 지난 10일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보냈다. 이사회 정관을 변경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의 동일 성(性) 구성 금지 ▲이사회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위원회 설치 ▲이사 보상한도 산정 투명성과 감시를 위한 보상 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ESG 경영위원회 설치를 제외하면 대부분 3자연합과 갈등 과정에서 한진칼이 수용한 내용이다. 다만 산은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제도화를 요구한 상태다. 현재는 김석동 사외이사 의장으로 대표이사와 분리돼 있지만 이를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진은 3월 주총을 앞두고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로부터 경영 참여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HYK파트너스가 조현민 ㈜한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HYK파트너스는 사내이사 선임에 대한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조 부사장의 경영 참여가 문제라고 지적해 온 만큼 주총 안건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 관련 계열사 임원 자리를 내려놓는 대신 ㈜한진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히려 했던 조현민 부사장의 전략을 수정해야 할 위기다.
앞서 HYK파트너스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 ▲전자투표제 ▲이사 최대 정원 8명에서 10명으로 확대 ▲이사의 결격사유 규정을 도입하는 등의 정관 변경을 요구했다.
HYK파트너스는 "조 부사장의 회사 경영 참여는 주주 입장에서 한진그룹 오너들이 과거에 보였던 재벌 가족 중심의 경영 방식을 답습하는 의도"라며 "오너 일가와 독립적인 입장에서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와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표 대결은 조 부사장이 유리…3자연합, 한진칼 주가 하락에 출구전략 고심
HYK파트너스의 주주제안으로 ㈜한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조현민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려 했지만 2대 주주와 갈등의 골을 키울 수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표 대결로만 보면 조 부사장이 불리하지는 않다. ㈜한진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총 27.45%로,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GS홈쇼핑(6.62%)과 우리사주조합(3.98%)을 포함하면 38.05%다. 반면 HYK파트너스는 지분 9.79%를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 역시 6.20%를 갖고 있다.
하지만 45%에 이르는 소액주주의 판단에 따라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진은 조만간 이사회에서 주총에 올릴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반면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3자연합은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당장 자금 회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지만 지분 확보를 위해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한 만큼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10만원 초반대까지 치솟았던 한진칼 주가는 5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KCGI가 한진칼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2018년 말 이전 주가가 1~2만원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 후에도 꾸준히 지분율 싸움을 벌이며 주식을 매수해 온 만큼 손실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