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흘 동안의 숙고를 마치고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 이른바 '신현수 사의파동'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현수 수석 사의의 갈등이 표면화 되면서 이를 제 때 수습하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자신의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한 것과 관련, "일임은 정리라고 생각한다"며 "일단락 됐다고 보면 된다"고 사실상 사안이 정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02.22 [사진=청와대] |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하면서 '본격적으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란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문 대통령이 받은 정치적 상처도 상당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복귀에 어떤 반응을 나타냈는진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다만 문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최종결정과 관련,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했으니까 대통령이 '쭉 가라'고 하든 여러 결정을 할 것"이라며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아니다"라고 말을 흐렸다.
신 수석이 자신의 뜻을 꺾은 배경으로는 이날 발표 예정인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본인이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2일 오후 고검 검사급 검사 18명에 대해서만 소폭의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주목한 만한 점은 정권 관련 검찰 수사팀이 모두 유임됐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사의를 표명하며 배수의 진을 친 신현수 민정수석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현수 수석의 체면을 세워주며 민정수석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는 것.
문 대통령의 고민은 신현수 사의파동 후 생긴 정치적 리더십의 상처를 딛고 어떻게 국정운영의 동력을 되살릴지 여부다.
신현수 사의파동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19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주 대비 0.7%포인트 내린 40.6%를 기록했다. 특히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16일 2.3%p ,17일 3.2%p 떨어지며 신현수 사의파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야권은 '레임덕'을 거론하며 공세 강도를 높였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신 수석의 사의철회 후 논평을 통해 "둘(박범계 장관과 신현수 수석)이 병존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청와대는 본격적인 레임덕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레임덕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신현수 수석이 사의를 철회한 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의파동에 대한 언급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4차 재난지원금은 피해계층 지원과 저소득 취약계층 보호, 고용위기 극복 등을 위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며 최대한 폭넓고 두텁게 지원되도록 하겠다"며 "정부는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여 가급적 3월 중에는 집행이 시작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백신접종, 국가재정을 통한 소득 양극화 문제 해결 등을 언급했다. 정치적 현안과는 거리를 두면서 코로나19와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3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내부업무를 수행하며 신현수 사의파동 이후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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