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이 성폭력처벌법상 가중처벌 기준이 되는 '장애인' 여부를 판단할 때 비장애인 시각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일반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대법은 특히 "성폭력처벌법 제6조 취지는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항거능력,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데 있다"며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건 당시 시행되던 성폭력처벌 특례법 제6조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 강간을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이들에 대해 강제추행을 범한 사람은 3년 이상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에 각 처하도록 규정했다.
A씨는 옆집에 살던 피해 여성 B씨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제추행 강간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소아마비를 앓아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오른쪽 눈 역시 사실상 보이지 않는 상태로 사건 당시 지체장애 3급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기소하면서 성폭력특례법상 가중처벌 혐의인 장애인 강제추행·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원심은 그러나 이같은 장애인 강제추행 및 강간이 성립하지 않고 일반 강제추행 및 강간 등만 성립한다고 판단,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시된 이들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원심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에 해당하려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그러한 장애가 있다거나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이와 같은 장애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은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 장애를 판단하는 본질적 요소가 된다"며 "신체적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 자칫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이를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체적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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