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전날 30% 넘게 빠졌기에 바로 담았다."
개인투자자 A씨는 최근 미국 스팩주를 급하게 매입했다. 눈여겨보던 스팩주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이를 '바겐세일' 기간으로 인식한 것. A씨는 "미국 장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언제 또 반등할지 모른다"며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더 매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뉴욕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주식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의 2월 미국주식 보관 잔액은 전월대비 5% 가량 늘어났다.
개미투자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 1월 말 457억 달러(약 50조 7273억 원) 수준이던 미국주식 보관 금액은 2월 들어 24일 기준 479억 달러(약 53조 1197억 원)까지 불어났다. 나스닥 지수가 이틀 연속 하락하던 23일 보관 잔액은 495억 달러(약 54조 8788억 원)였다.
뉴욕 증시는 국내 설 연휴 이후인 16일부터 약세를 보였다.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금융당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테슬라·애플·페이스북 등이 약세를 보였다.
반면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기술주 사랑은 여전하다. 지난 16~24일 결제규모를 살펴보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 상위 50개 종목 중 44개가 미국 주식이다. 테슬라를 포함해 애플, 팔란티어, 페이팔, 전기차업체 루시드모터스와 합병을 앞둔 스팩(처칠캐피탈 IV)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나스닥이 출렁이기 시작한 16일을 기점으로 장바구니 비중이 소폭 조정됐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유니티 소프트웨어(1억2251만 달러) △애플(1억1577만 달러) △테슬라(8883만 달러) △ARK 이노베이션 ETF(6985만 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 6868만 달러) 순이다.
뉴욕 증시 변동성이 커진 16일부터는 팔란티어가 순매수 결제액 1위를 차지했다. 16일부터 24일까지 팔란티어에 대한 순매수액은 총 1억1905만 달러(약 1318억 원)다. 팔란티어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지난해 9월 뉴욕거래소 상장 이후 높은 주가 변동성을 보여 왔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제 2의 게임스탑'으로 주목 받는 종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횡보하자 투자자들 시선으로 미국으로 옮겨간 것"이라며 "특히 '한 방'을 터트리기 위해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변동성 장세에 팔란티어 다음으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유니티 소프트웨어 △ARK 이노베이션 ETF △뱅가드 채권형 상장지수펀드 △처칠캐피탈 IV 스팩 등이다.
처칠캐피탈 IV 스팩의 경우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루시드모터스와 합병 소식이 알려지며 지난 한 달 새 10달러에서 60달러까지 급격히 튀어 올랐다. 다만 최근 성장주를 중심으로 조정이 이어지며 28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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