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의 미국 시판허가가 불발됐다.
한미약품은 한때 1조원대 '잭팟' 신약기술 수출 선례를 만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술 수출 붐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잇따라 계약 상대방의 기술 반환과 이번 신약의 품목허가 불발로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술 수출 이후 반환이나 허가 불발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전한다. 때문에 한미약품의 이번 오락솔 기술 수출 불발과 같은 사안은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성장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한미약품] |
◆ 한미약품 '오락솔', FDA서 허가 보류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 아테넥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오락솔'의 시판허가 보완요구 서한(CRL)을 받았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한미약품은 2011년 미국 바이오 업체 아테넥스에 오락솔을 기술 수출했다. 오락솔은 의약품의 제형을 바꾸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해 주사 형태의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먹는 약(경구제)로 전환한 약이다.
FDA는 이같은 먹는 제제인 오락솔이 정맥주사 제형 대비 호중구 감소증 후유증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 변수인 객관적반응률(ORR) 결과가 불확실하다고 봤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FDA는 미국 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임상시험 데이터를 요구했다. 신규 임상시험에 들어가고 데이터를 취합해 제출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오락솔이 연내 품목허가를 획득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후 임상시험 진행 시기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테넥스가 FDA가 제기한 보완 요청에 대해 미팅을 진행해 추가 임상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나 허가 시기 등은 미팅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기술 반환, 시판 허가 지연 등은 기반 닦아가는 과정"
한미약품은 이번 허가 불발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허가 불발 이전에도 야심차게 추진하던 기술 수출이 여러차례 결실을 맺지 못해서다.
실제 한미약품은 총 9건의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술 수출을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중 5건이 해지됐다.
단적으로 한미약품은 2011년 아테넥스와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시작으로, 2012년 스펙트럼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을 수출했다.
2015년에는 스펙트럼에 포지오티닙을 필두로, 일라이릴리에 7300억원을 받고 자가면역질환 HM71224을 수출했다. 이어 베링거인겔하임에 8000억원 규모로 올무티닙, 사노피에 약 5조원을 받고 '퀀텀 프로젝트'를 수출했다. 또한 얀센에 1조1100억원으로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 자이랩에 올무티닙을 수출했다.
2016년에는 제넨텍에 M95573을 수출했다.
하지만 이후 한미약품과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베링거인겔하임, 자이랩, 일라이릴리, 얀센은 물질을 반환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사노피는 2016년 지속형 인슐린을, 지난해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반환했다. 기술수출 계약해지는 총 5건이다.
이처럼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후 잇따라 기술이 반환되고, FDA에서 품목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개별 사건을 조급하게 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사의 기술 수출 계약의 경우는 반환이나 시판허가 지연 등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출 계약 체결과 해지 등 이벤트만으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들은 바이오 업계가 체력을 기르고 기반을 닦아가는 과정"이라며 "개별 사건을 조급하게 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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