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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정인이 양부모 선처 없어야"...추모곡 시작되자 '눈물바다'

기사등록 : 2021-03-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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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공판에 시민 40여명 모여..."사형에 처해야"
"이번 사건 본보기로 아동학대 근절돼야"
법원에 울려 퍼진 추모곡...곳곳 '눈물바다'
양모 호송차 나가자 분노 쏟아낸 시민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생후 16개월 정인 양 사망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3차 공판에도 법원 앞에 모여 양부모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양부모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아동학대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부모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추모 물결이 아동학대 방지 운동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재판이 끝난 뒤 양부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출입문에 모여 추모곡을 불렀다. 노래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양모가 탄 호송차가 법원에서 나오자 시민들은 '사형'이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분노를 쏟아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살인죄 처벌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3.03 mironj19@newspim.com

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및 시민 40여명은 3일 아침 일찍부터 정인양 사망 사건 3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였다.

법원 주변에는 정인양 생전 사진과 함께 근조화환 수십 개가 세워졌고, 정인양을 추모하는 파란색 바람개비도 설치됐다. 정인양과 마찬가지로 학대로 사망한 피해 아동 12명 사진도 전시됐다.

시민들은 '꽃보다 예쁜 아기 정인이를 추모하며', '정인아 늦게 알아서 미안해',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 '아이를 방패막이 삼는 안씨도 구속하라'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양부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경찰의 초동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피켓과 2차 공판 당시 정인양에 대해 증언했던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오전 9시쯤 양모 장모 씨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법원에 나타나자 시민들은 각자 들고 있던 피켓을 흔들기 시작했다. 일부는 양모 실명을 거론하며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경찰은 경력 200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10명 이상 모여있지 않도록 요구했다. 이에 시민들은 "방역수칙을 지키자"며 "모두 흩어져 있자"고 서로를 독려했다. '마스크 미착용 집중 단속반' 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양천구청 관계자들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시민들은 정인양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용(56) 씨는 "나도 계모 밑에서 맞고 기절하면서 자랐다"며 "그때 도대체 왜 그랬냐고 계모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정인이를 보면서 과거 기억도 떠오르고 해서 정말 많이 울었다"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법)이 옛날 법이라고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법을 개정해서 형을 중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어디선가 아동들이 또 학대를 받고 있는 것만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이 어린 딸을 키우고 있다는 송모(38) 씨는 정인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눈물을 터트렸다. 그는 양부가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에 대해 "나도 아이를 키워봐서 알지만 아이가 조금만 넘어져도 멍이 든다"며 "부모라면 그걸 모를 리가 없다"고 했다.

특히 "지금껏 많은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사망하지 않았냐"며 "이번엔 선처 없이 법정 최고형에 처해져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2021.03.03 mironj19@newspim.com

오후 4시 45분쯤 재판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시민들은 양부 안모 씨가 나올 곳으로 예상되는 출입문에 운집해 정인양 추모곡으로 가수 임형주 씨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눈물이 터졌다. 한 시민은 "정인이 살려내라"며 통곡을 하기도 했다.

5분 뒤 재판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양부 실명과 함께 "사형"을 외치기 시작했다.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자 한 시민은 "정인이를 살릴 수 있을 때는 살리지도 못하더니 범죄자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은 경력이 동원되냐"며 "도대체 누구의 경찰이냐"고 비판했다. 안씨는 시민들이 없는 다른 출입구로 나갔다.

이에 시민들은 장씨 호송차가 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절대 폭력을 행사하지 말자"며 회원들을 다독였다.

오후 5시 14분쯤 호송차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한 시민은 떠나는 호송차를 인도를 따라 쫓아가며 창문을 향해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흔들었다.

양천구 주민 이 모(46) 씨는 "이 사건을 접하고 너무 충격이어서 한 달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며 "법이 강화돼 앞으로는 제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장씨의 살인 등 혐의 재판에서는 대검찰청 심리분석실 관계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장씨에 대해 "사이코패스적 측면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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