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공소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불출석 상태에서 진행된 자신의 재판 결과가 무효라는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였다.
대법원 2부(노정희 대법관)는 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대법은 "피고인 책임 사유 없이 1·2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고 상고권 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했다면 이는 재심 청구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8년 9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접속한 뒤 상품권을 대폭 할인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대금을 먼저 송금하면 한달 정도 후에 상품권을 배송해 주겠다"고 구매자들을 속였다. 그는 이같은 방식으로 약 2611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검찰이 A씨에게 공소 제기 사실을 공시 송달했으나 A씨가 재판에 나오지 않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 진행을 결정하고 A씨에게 징역 10월의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같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2심은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2심에서도 피고인은 불출석, 1심과 마찬가지로 재판이 피고인 없이 진행됐고 항소 기각에 따라 형이 확정됐다.
A씨는 공소장 등을 송달받지 못해 자신이 공소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상고권회복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상 상소는 판결 7일 이내에 이뤄져야 하지만 같은법 345조 등에 따르면 상소할 수 있는 자는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상소 제기기간 내에 상소를 하지 못한 때에는 상소권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했다고 보고 상소권 회복을 결정했다.
이에 A씨는 대법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같은 법원 판단을 토대로 재심 청구 사유가 인정되며 상고 이유 주장도 근거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진행된 1심 재판에 대해 검사만 항소하고 항소심도 피고인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 검사 항소를 기각해 1심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피고인 귀책사유 없이 1심과 항소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고 상고권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했다면 이는 형소법에서 상고 이유로 정한 '재심청구 사유가 있는 때'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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