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성 전환수술(성확정수술) 후 전역 조치된 변희수(23)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2007년 이후 10년 넘게 공전을 거듭하는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논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차별과 혐오에 방치돼 온 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장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헌법 규정을 토대로 성별, 장애, 성적지향, 성 정체성 등의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모든 생활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별행위자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 부과 등 구체적인 처벌 규정도 포함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1.03.04 leehs@newspim.com |
'어떤 이유로든 차별을 금지한다'는 선언적 구호를 담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미 국민 대다수가 공감했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신교계가 매번 격렬히 반발해온 탓이다.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자에게 혜택 혹은 특권을 부여하거나, 소수자가 아닌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장 의원 측은 "과잉대표 되는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을 계속 용인해왔던 정치권의 무책임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라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양당 입장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민감한 이슈로 묶으면서 결국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정치권이 개신교계의 반발을 의식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룬 사이 차별과 혐오에 방치돼온 소수자들 최근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24일에는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지난 3일에는 변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열흘 새 2명의 성 소수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는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인권위는 지난 4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혐오와 차별로부터 보호받아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국회에도 평등법 제정 논의가 조속히 착수되길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을 공동 발의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며 "적어도 이런 아픈 죽음은 막으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 전 하사의 죽음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이뤄진 지금이야말로 법안을 통과시킬 적절한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 의원은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초당적 의원모임을 제안한 상태다. 국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과 입법을 위한 협력을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해 온 평등법 발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준비 중인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에는 의원 20여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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