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감독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은행장 징계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은행권의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목소리를 냈다.
9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금융당국의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입장인 '명확성의 원칙'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때문에 금융권에서 예측하기가 어렵고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특히 대표이사를 감독자로 징계하는 감독 사례가 상당히 보이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은행장이 모든 임직원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사실상의 결과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징계와 같은 '침익적 행정처분'은 금융회사가 충분히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비교적 관련 규정 또는 법규 문언에 충실하게 적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는 9일 오후 은행회관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행연합회) |
당국의 금융지주에 대한 배당 축소 권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이번 권고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주의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하고 있고, 무디스도 배당제한 권고가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에서도 L자형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고 충분한 건전성을 갖춘 경우에는 자율적으로 배당할 수 있도록 해 문제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선 소비자보호를 강화해 재발 방지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그는 "투자자 손실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은행연합회는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참여하고 있고 분기별로 펀드 상황을 살피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예금상품 모범규준 상품위원회를 신설했고, 일부 금융투자상품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하던 해피콜 제도를 비예금 상품에도 전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오는 25일 시행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부합하도록 금융 프로세스를 개편하고 제도를 개발하는 등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 회장은 지속가능경영부와 법무지원부를 신설하는 등 현 8부 2실 체제에서 9부 3실 체제로 전환하는 첫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그는 이에 대해 "최근 금융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국제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ESG 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법률 제개정도 많아지고 있어서, 사원은행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큰 상황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실물 경제 지원을 꼽았다. 그는 금소법 대응에 대해서 "연합회는 그간 은행권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소비자보호법상 '6대 판매원칙'과 같은 법상 준수사항이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시행에 맞춰 약관, 상품설명서 표준안, 청약철회권 처리방안 같은 '공동 업무처리방안'을 마련했고 9월 25일부터 시행되는 '내부통제기준'과 '소비자보호기준 표준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소법 시행으로 강화되는 권리들을 금융소비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고객 안내 리플렛도 제작하고 영업점에도 비치해 관련 홍보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수 회장은 지난해 12월 제14대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3년 12월까지 3년이다. 김 회장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들어섰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조세과장,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을 맡다가 2018년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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