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신용대출은 증가폭이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6조4000억원 늘어나며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6조7000억원 늘어났다. 2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4년 속보 작성 이후 두 번째로 큰 폭 증가했다. 다만 지난 1월 7조6000억원 보다 증가규모가 소폭 축소된 것이다.
2월말 잔액 기준 가계대출은 1003조1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2월 900조원 돌파 후 꼬박 1년 만이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권 가계대출이 코로나19 이후로 증가세가 높다"며 "코로나19 생활자금, 부동산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은행) |
가계대출 중에서 주담대는 6조4000억원 늘어나, 2월 기준 두 번째로 증가 규모가 컸다. 주택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이어지면서 전세자금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 영향이다.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1월 2조4000억원에서 지난달 3조4000억원으로 증가세를 확대했다.
연초에도 주택 매매·전세거래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지난달 대출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월 6만2000호, 전세거래량은 3만6000호로, 지난해 12월(8만7000호, 4만1000호)에서 크게 줄지 않았다.
반면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은 지난달 3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설날 상여금이 유입됐고 증시가 하락하며 주식투자 관련 자금수요가 둔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인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월 25조9000억원에서 지난달 9조6000억원으로 크게 꺾였다.
박 차장은 "전세자금대출은 전세시장 가격도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2월에는 신학기는 맞아 이사철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대출을 늘어나게 한 배경"이라며 "기타대출은 은행들이 대출 태도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은행) |
은행 기업대출은 8조9000억원 증가했다. 2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속보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증가한 것이다. 다만 전월 10조원 늘어난 것보다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대기업 대출은 6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말 일시상환분의 재취급 등 전월 계절요인이 소멸됐고 회사채 발행이 확대된 영향이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8조4000억원 증가해, 2월 기준으로 가장 컸다.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4조1000억원 늘어난 탓이다.
박 차장은 "코로나19 관련 자금 수요들이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들의 지원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 자금 조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월 대출 전망에 대해서 그는 "부동산 공급 대책과 더불어 3월 중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어, 이러한 금융 대책들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아직 대책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 말하기는 이르다"고 답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방안의 핵심은 대출자의 전체 빚과 소득을 파악해 상환 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전체 대출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DSR 기준은 40%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총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규제 발표에 앞서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며 3월 들어 신용대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6조2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 잔액이 135조1683억원이었으니 3월 들어 불과 4영업일 만에 1조326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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