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보건복지부가 보호시설에서 퇴소하는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지급하는 자립정착금을 5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자립정착금 인상이 실질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자립정착금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는 데다, 재정부담을 져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전국 광역 지자체와 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8일 보호종료아동 자립정착금 권고지침을 5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지자체에 발송했다. 복지부는 9일부터 지자체들로부터 관련 민원을 수렴 중이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뉴스핌 DB] 2020. 12.28 tommy8768@newspim.com |
자립정착금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된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 보호종료아동들의 주거비 마련, 생활물품 구입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각 지자체가 지급하는 돈이다.(▲[세상 밖 보호종료아동] ①만 18세에 500만원 들고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 참조) 복지부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호종료아동 1인당 500만원 이상의 자립정착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를 올해부터 2500만원으로 5배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올해 서울 서초구가 관내 보호종료아동들을 대상으로 자립정착금을 1년에 500만원씩 5년간 최대 2500만원까지 지급하는 사례를 참고해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립을 위해 집을 얻고, 생활용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500만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2017년도 기준 일반 청년들 주거보증금이 2100만원 수준으로, 보호종료아동들도 이 정도 금액이 필요해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지자체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자립정착금은 100% 지자체 예산으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립정착금을 지난해 권고 금액인 500만원 수준에서 책정하고 있다. 5배 인상은 재정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9일 해당 공문을 전달받아 예산편성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전혀 이뤄진 게 없다"면서도 "복지부에서 예산이 나오고 여기에 대해 지자체가 매칭하는 방식이라면 모르겠지만 지자체별로 자립정착금이 다 다른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금액을 지급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일부 자립 지원사업에 대한 재정부담을 분담하고 있는 만큼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립정착금 외에 보호종료 3년 이내 아동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자립수당은 2019년부터 국고로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 임대료 지원 등 개인별 맞춤형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지원통합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자립정착금 금액 기준이 권고일 뿐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자립정착금 인상 추진이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권고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복지부는 관리 의지를 갖고 자립정착금 권고 이행을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지자체 평가항목에 자립정착금 지급 권고를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 반영, 특별교부세 등 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행 의지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자립정착금 권고와 관련해 언제 현실화할 수 있는지 등 계획을 계속 받을 예정"이라며 "현안 조사를 통해 이행 여부를 관리하는 등 관리 의지를 갖고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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