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11일 자신의 주주 제안에 대해 '조카의 난'이 아닌 "10년 이상 고민한 결과이며 현시점이 회사가 변신할 좋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다가올 주주총회 표대결의 키를 쥐고 있는 주주들에 대한 지지 호소인 셈이다.
하지만 같은 날 금호석화 3개 노조가 사측을 지지하며 굳건한 신뢰를 보여 눈길을 끈다. 박 상무와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등 사측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주주의 표심은 어디를 향할지 주목된다.
박 상무는 이날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현재 박 상무(지분 10.03%)는 박찬구 회장(14.84%) 측에 맞서 표 결집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로 이날 기자간담회은 국민연금(지분 8.16%)과 소액주주들(약 50%)에게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놓고 박찬구 회장에게 반기를 든 조카 박철완 상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1.03.11 yooksa@newspim.com |
박 상무는 자신을 '소액주주 대변자'라고 소개하며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상화 ▲전문성·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 통한 거버넌스 개선 등 3대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5년 내 시가 총액 20조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박철완 상무 "'조카의 난' 아냐...도약 이끌 변화"
박 상무는 먼저 분쟁의 성격을 '조카의 난'이 아닌 '금호석유화학의 도약을 이끌 변화'로 재정립했다.
그는 "조직 구성원이자 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제안을 했고, 회사가 투명하게 경영될 때 주주뿐 아니라 임직원, 공급·협력업체까지 수혜 입을 것"이라며 "10년 동안 최고 경영층과 소통이 잘되지 않았고, 커뮤니케이션 창구도 없었다. 금호리조트 인수도 그 사례"고 말했다.
주주 제안 시기에 대해선 "예상치 못한 코로나 특수로 영업적으로 큰 성과를 이뤘고 현금도 많이 보유한 지금 시점이 앞으로 50년, 100년 내다보고 변신(트랜스포메이션)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며 "다른 회사가 이차전지, 수소, 태양광 등에 투자해 결실 맺고 사업을 다각화하듯 우리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잘 되는 시점에 새롭게 투자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영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사내이사 선임 후 금호리조트 인수 건을 먼저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사내 임원으로서 먼저 의견을 표시한 적이 없었냐는 질문엔 "의사결정 위원회에 참여해 건설적 비평을 하고 싶었으나 채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높은 배당성향에 대해선 "배당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한다. 좋은 투자 기회가 있거나 영업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다면 조정될 수 있다"며 " 잉여현금흐름 기준 당기순이익에서 시설투자(CAPEX)나 운전자본 등을 제외한 순수 창출 현금 기준 50% 유지하는 게 적당하다. 코스피 평균이 40%, 동종업계인 화학업체 평균이 50%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지난 1월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전년 대비 7배가 늘어난 수준이다. 서울중앙지법이 박 상무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낸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배당안은 오는 26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
◆ "박찬구 지지" 금호석화 노조, 사측에 임단협 위임
박 상무의 의지와 달리, 금호석화 노조는 잇달아 사측에 굳건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금호석화 노조는 여수공장·울산수지공장·울산고무공장 등 3개 노조로 구성돼 있다.
노조는 이날 사측에 임금, 단체 협약 관련 사항을 위임했다. 이치훈 금호석화 여수공장 노조위원장은 위임식에서 "코로나19로 노동 현장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영권 관련 논란이 확대됨에 따라 올해는 더욱 각별한 마음으로 협상권을 회사에 전부 위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10일에도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경영진과 함께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를 흔들고, 위기로 몰아가는 박 상무에 대해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특히 노조는 박 상무의 배당요구가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사외이사 추천 건도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상무는 "사외이사 추천은 전문 프로페셔널 폼에 의뢰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수합병 지식 역량 보유자 등을 기준으로 의뢰해 20명 정도 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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