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지난 12일(금요일) 오후 6시 26분,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나왔다는 공지를 기자단에 보낸 후 기자실이 잠시 술렁였다. "이게 대통령이 쓴 글이 맞나"라는 의구심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라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라고 적었다. 야당의 경남 양산 사저 관련 의혹제기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지요"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 논란까지 언급했다.
[아산=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1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2021.03.12 photo@newspim.com |
과거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지난 2008년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초호화판이라며 '아방궁'에 빗대, 공격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지난 2011년 "절반은 사저고, 절반은 경호동인데 '아방궁'이라고 한 것은 너무한 것"이라고 "전직 대통령 예우에 신경을 써달라"며 항의했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의혹제기 자체가 근거가 없는 정치공세라는 반격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는 말처럼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로 의아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참모들이 대신 쓴 글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극도로 신중한 스타일인 문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릴 때도 최대한 정제된 표현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4월 7일 재보궐 선거에 어두운 먹구름이 끼자 초조함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강한 어조로 야권의 '정치공세'로 규정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재보궐 선거는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으면 대통령께서 그러셨겠냐"라며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대해서 자제해 달라는 인간적인 호소다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 사저와 관련돼서 아방궁이라고 그 난리를 쳤던 야당은 아직 사과 한 마디 없다"며 "정치적 이득을 톡톡히 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께 다시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말 그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라며 "그러니 이제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그런 무책임한 정치공세는 자제해 달라, 그런 인간적인 호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저부지 논란과 관련해선 "취득과정에 어떤 의혹도 없다. 모든 것은 법에 따라 진행되었고 이미 사실관계에 대해서 확인이 끝난 사안"이라며 "지금 상황은 야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야당의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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