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구 온난화 여파로 유럽·북미 지역에 폭염·가뭄·산불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극한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지훈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7일 기상청의 '기후변화에 따른 동아시아 가뭄·폭염 증가에 대한 이해' 기상 강좌에서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지구 온난화로 동아시아 내륙 토양이 지속적으로 건조해지는 중"이라며 "폭염 증가, 토양 건조는 과거 250년 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과 강도"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미 한국에도 2016년 대폭염, 여름철 급성 가뭄, 산불 증가 등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화재 이미지[사진=뉴스핌DB] 2021.03.16 lm8008@newspim.com |
정 교수는 현재 몽골과 중국북부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내륙 지역에 강도 높은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할 정도로 토양이 건조해지고 있다고 했다.
폭염 강도가 높아지면 지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토양 내부 수분이 모두 증발해 가뭄이 나타난다. 가뭄이 심해지면 지면 상층에 고기압까지 발생하는데, 이 고기압이 다시 대기 온도를 상승시켜 폭염·가뭄을 강화하는 '지면-대기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결국 산불 발생 가능성도 급격히 상승한다.
학계는 지난 2003년, 2010년, 2018년 세 차례 발생한 유럽 대폭염(Mega-heatwaves)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유럽·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최근 몽골·중국북부 지역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역시 유럽 대폭염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측 이래 한반도 최악의 폭염이었던 지난 2018년 여름철 토양 수분은 거의 증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 산불도 직전 년도 대비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 교수는 토양 내 수분이 사라질 경우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일부 지역이 토양 수분 민감도가 아주 강한 반건조 혹은 건조지역으로 넘어갔다"며 "비가역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모델로서는 급격한 변화는 잡아내지 못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hakjun@newspim.com